에버랜드 옆 삼만육천지 벚꽃길
조용한 봄 산책의 명소

에버랜드의 환호성 너머, 조금만 발길을 옮기면 전혀 다른 분위기의 봄 풍경이 펼쳐진다.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포곡읍 가실리, 바로 이곳에 위치한 ‘가실벚꽃길’이다.
호암미술관을 중심으로 삼만육천지라 불리는 호수 주변을 따라 조성된 벚꽃 군락지는 용인 최고의 봄꽃 명소로 꼽히며, 용인8경 중 제7경이기도 하다.
삼만육천지라는 이름은 다소 낯설 수 있지만, 그 유래는 꽤 오래되었다. 지금의 에버랜드가 ‘자연농원’이던 시절, 3만6천 평 규모로 조성된 인공 호수가 그 시초다.

이후 ‘호암호수’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지역 사람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삼만육천지로 불린다. 이 호수는 매년 봄이면 벚꽃으로 가장 아름다운 절정을 맞이한다.
호암미술관 입구를 장식하는 왕벚꽃나무 터널에서부터 시작해, 저수지 둘레를 따라 하얗고 연분홍빛의 꽃잎들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호암미술관 옆에는 한국 전통정원의 정수를 느낄 수 있는 희원(熙園)이 자리하고 있다. 고요한 자연과 정제된 예술이 어우러진 이 공간은 단순한 벚꽃 명소를 넘어, 문화와 자연이 조화를 이루는 특별한 산책로가 된다.
연못에 비치는 벚꽃 그림자, 고즈넉한 정원 사이로 불어오는 봄바람은 그 어떤 관광지보다 깊은 여운을 남긴다.

이곳은 번잡한 축제 대신, 조용히 봄을 느끼고 싶은 이들에게 더욱 어울린다.
호수 주변을 따라 걷다 보면 진달래와 개나리도 군데군데 꽃을 틔우고 있어 자연이 선사하는 색의 하모니가 감동을 더한다. 미술관과 정원을 둘러보고 나오는 길, 그 풍경 속에 잠시 멈춰 서게 되는 순간이 찾아온다.
가실벚꽃길은 정확한 주소보다는 ‘호암미술관’ 또는 ‘가실벚꽃길’로 검색해 내비게이션을 설정하는 것이 가장 편리하다.
마성IC에서 차로 약 4분 거리에 있어 접근성도 좋다. 별도의 주차장은 없지만, 호암미술관을 관람하면 미술관 주차장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삼만육천지 가실 벚꽃길은 개화가 조금 늦어져 이번 주에는 벚꽃이 피어나지 않는다. 본격적인 만개일은 다음 주 중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에버랜드보다 한결 여유롭고, 도심보다 훨씬 풍요로운 벚꽃길. 멀리 가지 않아도 만날 수 있는 특별한 봄이 바로 용인에 있으니, 다음 주에 방문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