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 여행이 만나는 곳
한강 작가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명소

한강 작가가 지난 10월에 대한민국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면서 그녀의 문학 세계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특히 한강 작가의 소설이 배경으로 삼은 장소에는 실제 지명이 있어 새로운 여행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전남 여수의 소제마을, 제주 표선해수욕장, 광주 전일빌딩245는 작가의 작품을 사랑하는 팬들에게 감동을 선사하는 동시에, 문학적 정취를 느끼기 좋은 여행지로 손꼽히고 있다.

여수의 따뜻한 감성과 제주 바다의 고요함, 광주의 역사적 울림이 어우러진 이곳들은 한강 작가의 작품을 읽은 사람들에게 더욱 특별한 여행이 될 것이다.
문학적 감성과 함께 국내에서 특별한 겨울 여행을 떠나보자.
소제마을 – 여수의 사랑
“여수 앞바다의 해안을 따라 한없이 동쪽으로 가면 소제라는 이름의 시골 마을이 있어요. 아마 정선 씨는 못 가봤을 거예요. 나도 타고 가던 버스가 고장 나는 바람에 우연히 내리게 된 후락한 마을이었으니까요.”

전남 여수에 위치한 소제마을은 한강 작가의 소설 <여수의 사랑>의 배경으로 알려지며, 최근 많은 이들이 찾는 문학적 명소가 되었다.
여수시는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기념하며 소제마을 버스정류장에 포토존을 설치했다. 정류장 포토존에는 작가의 발자취를 기념하는 사진과 한강의 문학적 여정을 소개하는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다.
현재 예전 소제마을 일대는 재개발 단지가 되었으나 이 정류장만큼은 한강 작가가 소설 집필 당시 촬영된 모습이 담긴 문학기행 프로그램을 통해 주목받은 장소다.
소제마을 주변은 여수 특유의 해안선이 만들어내는 평화로운 풍경으로 가득하다. 버스 정류장 인근의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작가가 소설을 구상했던 순간을 떠올려보는 것도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다.
표선해수욕장 – 작별하지 않는다
그 때 알았다. 파도가 휩쓸어 가버린 저 아래의 뼈들을 등지고 가야 한다. 무릎까지 퍼렇게 차오르는 물을 가르며 걸어서, 더 늦기 전에 능선으로, 아무것도 기다리지 말고, 누구의 도움도 믿지 말고, 망설이지 말고 등성이 끝까지. 거기. 가장 높은 곳에 박힌 나무들 위로 부스러지는 흰 결정들이 보일 때까지.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에 위치한 표선해수욕장은 한강 작가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에 등장하는 중요한 배경으로 많은 이들의 발길을 끌고 있다.
이 해수욕장은 광활한 백사장과 푸른 바다가 조화를 이루며 그림 같은 풍경을 자랑한다. 썰물 때 드러나는 넓은 백사장은 고요하면서도 장엄한 느낌을 주며, 밀물 때 수심이 얕아지는 겨울 바다는 소설 속 인상과 달리 평화롭고 따뜻한 감정까지 불러 일으킨다.
표선도서관, 제주민속촌, 해비치리조트, 식당가가 들어선 표선 해수욕장은 예전의 모습과는 완전히 뒤바뀌었으나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은 독자들이 표선해수욕장의 에메랄드빛 물결을 감상하는 건 특별한 감정을 일으킬 것이다.
표선해수욕장의 겨울은 잔잔하면서도 특별하다. 해변을 따라 산책하며 작가가 작품 속에서 그린 고요하고도 강렬한 감정을 떠올릴 수 있다.
전일빌딩245 – 소년이 온다
엄마아, 저기 밝은 데는 꽃도 많이 폈네. 왜 캄캄한 데로 가아, 저쪽으로 가, 꽃 핀 쪽으로.

전일빌딩245는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헬기 사격과 시민군의 저항이 펼쳐졌던 공간으로, 현재는 민주화운동의 상징적인 장소로 자리 잡고 있다.
광주시는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기념하며 이곳 1층에 ‘소년이 온다’ 미니 북카페를 열었다. 한강 작가의 대표작뿐만 아니라 역대 노벨문학상 수상자의 작품들이 함께 전시된 북카페 행사는 연말까지 유지될 예정이다.
이곳에서 작가의 작품을 읽으며 민주화운동의 비극적인 역사를 되새길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빌딩 곳곳에서 광주의 아픔과 희망을 느낄 수 있는 전시와 프로그램이 운영되며, 방문객들에게 깊은 감동을 전한다. 특히 <소년이 온다>의 비극적이고도 생생한 서사를 직접 느낄 수 있는 이곳은 문학 팬들에게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