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최대 빙설 예술
하얼빈의 겨울 동화
영화 <하얼빈>이 극장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가운데, 영화의 무대가 된 중국 하얼빈에서는 또 다른 흥미로운 겨울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다.
영화 속 안중근 의사의 고뇌와 결단이 돋보였던 차가운 겨울의 도시 하얼빈은 지금,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빙설축제’로 새로운 열기를 더하고 있다.
하얼빈 빙설축제는 올해로 26회를 맞았다. 축제의 압도적인 스케일은 단순한 겨울 테마파크를 넘어선다.
축제장 면적만 해도 100만 제곱미터에 달하며, 동원된 얼음과 눈의 양은 30만 세제곱미터로 역대 최대 규모다.
이곳에서는 높이 20미터가 넘는 대형 얼음 건축물부터, 섬세한 조각 디테일로 완성된 260여 개의 조각상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특히 올해는 2월에 열릴 동계 아시안게임을 기념해 참가국의 랜드마크를 형상화한 조각이 대거 추가되었다.
이를 통해 축제는 단순한 겨울 축제를 넘어 국제적 스포츠 이벤트와 어우러진 특별한 경험을 제공한다. 축제장에서는 아시아 올림픽 위원회를 상징하는 대형 조각품도 감상할 수 있다.
낮에는 얼음 건축물과 조각의 웅장함을 즐길 수 있지만, 밤이 되면 축제의 진가가 발휘된다. 얼음 조각들이 형형색색의 조명 아래에서 빛나며 동화 같은 풍경을 자아낸다.
또한 저녁마다 열리는 대형 모닥불 파티는 춤과 음악이 어우러진 축제의 정점을 찍는다. 영하 30도의 강추위에도 관객들은 움직이며 따뜻함을 느낀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올해는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세심한 배려도 돋보인다. 최근 중국 정부가 한국과 일본 등 여러 나라에 대해 무비자 정책을 실시하면서, 하얼빈 빙설축제는 무비자 조치 이후 첫 대규모 국제행사가 되었다.
이를 맞아 축제장 곳곳에는 중국어와 영어가 병기된 표지판이 설치됐고,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다양한 편의 시설도 마련됐다.
이처럼 하얼빈 빙설축제는 단순한 겨울 축제를 넘어 세계 최대 규모의 겨울 테마파크로 자리 잡았다.
2월 말까지 이어지는 이번 축제는 영화 <하얼빈>을 보면서 독립 투사들이 느꼈을 추위를 실감해보고 싶은 한국 여행객들에게도 잊지 못할 겨울 동화를 선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