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추천 여행지

끝없이 이어지는 해안선을 걷던 발걸음이 멈춘 건 바다 너머에서 불쑥 튀어나온 낯선 풍경 때문이었다. 단순한 돌덩이가 아니다. 부채처럼 펼쳐진 거대한 암석 군락이 장대한 해안선을 배경 삼아 우뚝 서 있다.
천천히 눈을 들면, 마치 누군가 공들여 조각한 듯한 정교한 주상절리의 형상이 이어진다.
이곳이 단순한 산책로가 아닌 이유다. 아직도 많은 이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이 1.7km의 해안길은 단순한 걷기를 넘어선 지질 탐험의 시작점이다.
인위적인 조형물 하나 없이, 오로지 자연이 빚은 조형미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길. 사람의 손이 미치지 않았기에 더 순수하고, 그 속에 숨어 있던 지질학적 가치가 이제야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지질과 바다가 맞닿은 이 특별한 장소, 경주 ‘파도소리길’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자.
파도소리길
“해안 절벽 따라 이어지는 데크길, 시니어도 무리 없이 탐방 가능”
경상북도 경주시 양남면 읍천리 405-5에 위치한 ‘파도소리길’은 읍천항에서 하서항까지 이어지는 총 1.7km 길이의 해안 산책로다.
전체 구간이 목재 데크로 정비돼 있어 계절이나 연령에 상관없이 누구나 쉽게 이동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걷는 내내 곳곳에 설치된 벤치, 정자, 구름다리 등의 편의시설이 있어 바다 풍경을 감상하며 휴식을 취하기에도 좋다.
하지만 이 길이 특별한 이유는 따로 있다. 해안 절벽 아래 펼쳐진 ‘경주 양남 주상절리군’이라는 천연기념물이 바로 그것이다.
일반적인 직선형 주상절리는 물론, 눕거나 퍼진 형태, 기울어진 형태 등 다양한 지질 구조가 노출돼 있어 지질학적 가치가 매우 높은 구간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부채꼴 주상절리’는 전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희귀한 지형으로, 마치 부채를 펼친 듯 반원형의 형태를 이루고 있다. 이는 고대 화산 활동으로 분출된 용암이 식는 과정에서 내부 압력과 냉각 속도의 차이에 따라 생긴 독특한 구조로, 학계에서도 중요한 연구 대상이다.
이 구간은 한때 군사적 이유로 민간인 출입이 제한됐으나, 2012년 군이 철수하며 일반에 공개됐다. 이후 천연기념물로 지정되면서 보존과 탐방이 병행되고 있다.
폭이 넉넉한 데크길은 단체 관람객이나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도 적합하며 해안과 주상절리의 조화를 동시에 감상할 수 있어 사진 촬영지로도 인기가 높다. 바다와 지질이 동시에 펼쳐지는 구간이 많아 단순한 산책로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파도소리길은 관광지로서의 과도한 인프라보다는 자연 그대로의 형태를 최대한 유지한 점이 특징이다. 조용한 이름과 달리, 이 길을 걸어본 이들은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고 평가한다.
여름 끝자락에서 가을 초입으로 넘어가는 이 시기, 태양은 여전히 강하지만 바닷바람이 선선하게 불어오는 지금이 가장 쾌적한 시기다.
파도소리길은 연중무휴로 운영되며 입장료는 없다. 전 구간이 개방형 데크로 구성돼 있으며 주차는 읍천항 또는 하서항 인근 공용 주차장을 이용하면 된다.
일부 구간은 해안 절벽을 따라 조성돼 있으므로 우천 시에는 미끄럼에 주의가 필요하다. 지질과 자연, 바다가 만나는 특별한 길, 이번 초가을엔 경주 파도소리길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