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인박사 유적지부터
100리 벚꽃길까지
문화와 자연이 공존하는
남도 봄 여행지

봄이면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곳은 많지만, 문화와 역사를 함께 품은 여행지를 찾는다면 전라남도 영암군의 구림마을 일대를 주목할 만하다.
남한의 금강이라 불리는 월출산 자락에 위치한 영암 왕인박사 권역은 무려 2200년의 역사를 지닌 유서 깊은 마을이다.
이곳은 일본에 유학과 한자를 전한 왕인박사와 풍수지리의 시조 도선국사의 탄생지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마을 전체가 전통기와집, 고풍스러운 정자, 흙담으로 가득해 마치 살아있는 역사박물관에 들어선 듯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왕인박사 권역의 중심에 자리한 구림마을은 삼한시대부터 사람이 터를 잡고 살아온 전통 마을로 그 깊은 시간만큼 이야깃거리도 풍성하다.
신라 말기, 시냇가에서 떠내려온 오이를 먹고 도선국사를 잉태했다는 전설이 전해지며, 그와 관련된 바위는 지금도 ‘국사바위’로 불리고 있다.
마을 이름인 ‘구림(鳩林)’ 또한 이 설화에서 유래되었는데, 비둘기 ‘구’와 수풀 ‘림’을 합쳐 ‘비둘기 숲’이라는 뜻을 지닌다.

이 마을에는 450년 이상 이어진 공동체 조직인 구림대동계가 유지되고 있으며, 주민들은 왕인촌이라는 이름 아래 직접 민박과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100여 채의 한옥 민박집마다 각기 다른 전통체험을 진행해 여느 체험마을과는 다른 깊이를 제공한다.
이 외에도 마을 중심부에 위치한 영암도기문화센터에서는 도자기 전시관과 체험공방이 마련돼 있어 도자 교육과 실습을 함께 경험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 시기 구림마을이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바로 ‘100리 벚꽃길’ 때문이다. 왕인박사마을에서 왕인박사 유적지 주변까지 이어지는 벚꽃터널은 수령 20~30년 된 벚나무들이 줄지어 있어 국내에서 손꼽히는 장관을 이룬다.

연분홍 꽃잎이 하늘을 뒤덮는 모습은 자연이 선사하는 최고의 선물처럼 느껴진다. 산책하듯 걷다 보면 어느새 봄에 흠뻑 취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월출산 국립공원, 왕인박사유적지, 도기문화센터 등 주변 관광지들과도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하루 일정으로는 부족할 만큼 콘텐츠가 풍성하다.
자연과 역사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곳, 조용하면서도 깊이 있는 여행을 원한다면 지금이야말로 영암 구림마을을 찾을 적기다.
벚꽃이 만개한 지금, 시간마저도 천천히 흐르는 듯한 이 고즈넉한 남도의 마을에서 따뜻한 봄날의 기억을 만들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