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춘객 4만 명 몰린 비공개 구역
내년엔 개화 조절 실험도 시작

수십 년간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던 공간이 올봄, 드디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57년 동안 출입이 철저히 통제돼 ‘벚꽃의 비밀 정원’이라 불려도 어색하지 않았던 이곳은 개방 소식만으로도 전국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이름도 생소했던 벚꽃단지에 개방 첫해 4만 명이 넘는 방문객이 몰렸고, 기대는 실제 풍경 앞에서 감탄으로 바뀌었다.
왕벚나무와 겹벚나무가 수백 그루씩 어우러진 이 단지는 기존의 어떤 벚꽃 명소와도 결이 다르다.
전혀 다른 개화 시기 덕분에 한 달 내내 색이 달라지는 풍경이 연출되고, 이로 인해 상춘객들의 호기심과 관심도 함께 피어난다.

단지의 배경에는 군사적 사건과 긴 세월의 침묵이 자리하고 있어 그 자체로도 역사적 의미가 남다르다. 내년 봄에도 이곳은 다시 문을 연다. 57년 만에 개방된 미지의 벚꽃단지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자.
웅동벚꽃단지
“왕벚꽃부터 겹벚꽃까지 시차 개화, 편의시설 확충도 예정”

경남 창원시 진해구에 위치한 웅동벚꽃단지는 올해 봄 처음으로 일반인에게 개방됐다. 이곳은 1968년 발생한 ‘김신조 사건’ 이후 군사 보안상의 이유로 반세기 넘게 출입이 금지된 구역이었다.
웅동벚꽃단지가 위치한 웅동수원지는 국방부 소유였고, 군사 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일반인의 접근이 제한돼 왔다.
그러다 2021년 해군 진해기지사령부와 지역 주민 간 협약을 계기로 개방사업이 추진됐고, 올해 진해군항제를 전후한 3월 20일부터 4월 19일까지 한 달간 드디어 공개됐다.
이 단지에는 수령이 수십 년에 달하는 왕벚나무 291그루, 겹벚나무 145그루가 식재돼 있다. 왕벚나무는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연분홍 벚꽃을 피우고, 겹벚나무는 더 짙고 풍성한 진분홍 꽃을 늦은 시기에 피운다.

이러한 차이로 인해 단지를 찾은 일부 관광객들은 개화 시기의 차이에서 아쉬움을 느끼기도 했다. 실제로 겹벚나무의 개화는 왕벚나무보다 2주가량 늦기 때문에 올해 개방 종료 시점에 맞춰 겹벚꽃이 막 피기 시작한 상황이었다.
이에 진해구는 내년에는 웅동벚꽃단지 개방 시기를 다소 조정할 계획이다. 특히 겹벚나무 개화를 앞당기기 위한 시범사업도 병행한다.
겹벚나무 중 일부인 15그루를 대상으로 개화 조절 실험을 진행하며, 은박지를 바닥에 깔아 햇빛 반사를 늘리고, 양분을 추가로 공급해 개화 시기를 조절해 볼 예정이다.
이론적으로는 효과가 기대되지만 실제로 얼마나 앞당길 수 있을지는 미지수여서 시범사업의 결과에 따라 향후 확대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관광객의 증가에 대비한 기반 시설 보완도 함께 추진된다. 진해구는 내년 1월부터 3월 사이, 단지 내 평상과 의자 등 편의시설을 늘리고 진입도로를 정비해 보다 쾌적한 관람 환경을 조성할 방침이다.
개방 1년 만에 4만 명이 넘는 방문객이 다녀갔다는 사실은, 이 단지가 진해군항제의 새로운 핵심 거점으로 부상했음을 보여준다.
진해구청장은 “올해 처음 개방된 웅동벚꽃단지가 상춘객들의 큰 관심을 받았고, 진해를 대표하는 봄철 관광명소로 성장 가능성이 크다”며 “앞으로도 지역의 자연과 역사적 자산을 활용한 관광 콘텐츠를 지속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가장 늦게 열린 벚꽃 풍경이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기는 이유는 아마도 기다림이 주는 감정의 무게 때문일 것이다. 수십 년 동안 숨겨져 있던 봄의 비밀 정원이 다시금 문을 여는 내년 봄, 웅동벚꽃단지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