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한 청벚꽃부터 겹벚꽃까지
천년 고찰 개심사의 늦봄 풍경

벚꽃이 전국을 물들이고 사라진 뒤에도 여전히 봄을 이어가는 곳이 있다. 충청남도 서산시 운산면 깊숙한 산속, 천년 고찰 개심사가 바로 그곳이다.
개심사는 백제 의자왕 14년인 654년에 혜감국사가 창건한 뒤 고려 충정왕 2년, 그리고 조선 성종 15년에 중건되며 오랜 세월 자리를 지켜온 충남 4대 사찰 중 하나다.
사찰 중심의 고건축미를 간직한 대웅전은 보물 제143호로 지정돼 있어 역사적 의미 또한 깊다.

봄이 한창인 4월 중순이 지나면 이미 도시의 벚꽃은 지고 없지만 이곳에는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신창저수지에서 개심사까지 이어지는 벚꽃길은 여전히 연한 분홍과 하얀빛으로 물들어 있고, 그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끄는 건 국내에서 유일하게 개심사에서만 만날 수 있다는 ‘청벚꽃’이다.
일반 벚꽃보다 두툼한 꽃잎에 은은한 연둣빛을 띠는 이 꽃은 햇살에 따라 그 색이 바뀌며, 보는 이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청벚꽃은 개심사 경내에 수십 년 된 나무 4그루가 존재했으나, 최근 한 그루가 말라 죽으며 더욱 귀한 존재가 되었다. 서산시는 이를 보존하기 위해 청벚꽃 후계목 30여 그루를 심어 군락지 조성에 나섰다.
지역의 토질과 미묘한 기후가 만들어낸 개심사 고유의 꽃인 만큼, 지금이 아니면 다시 보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찾는 이들의 발길은 해마다 늘고 있다.

청벚꽃 외에도 개심사 일대에서는 겹벚꽃을 포함한 다양한 품종의 벚꽃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벚꽃잎이 열 장이 넘게 뭉쳐 피는 왕벚꽃은 4월 말에서 5월 초까지 절정을 이뤄, 늦은 봄을 만끽하고자 하는 여행객들에게 제격이다.
주변에는 문수사와 가야산, 해미읍성 같은 역사적 명소도 함께 있어 여유롭게 일정을 짜기에 좋다.
개심사로 향하는 길은 지방도 647호선을 지나 신창저수지를 거치며 이어진다. 목초지와 야생화가 어우러진 구릉지에는 방목 중인 소들이 여유롭게 풀을 뜯고 있어, 마치 시골 풍경화 속을 걷는 듯한 기분을 안겨준다.

이 길의 끝에서 마주하는 고요한 사찰 풍경과 벚꽃의 조화는 누구에게나 위로가 되는 장면이다.
개심사의 벚꽃은 속세를 떠난 듯한 풍경 속에서 자연과 역사의 조화를 온전히 느낄 수 있는 봄날의 마지막 기회다.
만약 여느 벚꽃길과는 다른, 더 깊고 특별한 봄꽃 여행지를 찾고 있다면 지금 개심사로 향해도 늦지 않다.
지금(3월말일) 방문하면 청벚꽃을 볼 수 없어요. 청밪꽃 등 왕벚꽃은 보통 벚꽃이 3월초에 피기 시작하지만 4월 하순이 되어야 핀답니다. 느즈막히 장문하셔야 됩니다.
감사합니다
유일은 아닙니다. 거제시에도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