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공원, 단풍보다는 억새와 댑싸리
평화의 공원, 숨겨진 단풍 맛집
11월 초가 되면서 전국 곳곳에서는 단풍 놀이를 즐기는 관광객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올해 단풍은 평년보다 늦어져 혼란을 빚는 경우가 많다.
기대감을 품고 여행지에 도착했을 때 앙상한 나뭇가지만 발견하게 되거나 무성한 초록 잎만 보게 되는 상황만큼 허탈한 가을 여행은 없을 것이다.
올해 가을은 설악산과 한라산을 비롯해 수도권에 있는 북한산까지 단풍 절정이 늦어지고 있다. 심지어 같은 지역이라 해도 단풍의 차이가 있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런 혼선을 빚지 않고자 서울에 있는 대표적인 가을 명소 두 곳의 단풍 근황을 소개하고자 한다.
바로, 가을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방문한다는 하늘공원과 평화의 공원이다.
하늘공원
서울 마포구 하늘공원로 95에 위치한 하늘공원은 이 시기에 자주 거론되는 가을 명소다. 난지도 쓰레기매립장 위에 대규모 억새가 심어져 많은 이들이 광활하게 펼쳐진 억새 풍경을 보기 위해 이 무렵에 방문한다.
하늘공원의 매력은 성인 기준 2000원이면 편하게 올라가 볼 수 있는 맹꽁이 전동 열차로 보는 풍경이지만, 안타깝게도 11월 6일 기준으로 맹꽁이 전동 열차를 타고 가는 구간의 단풍은 이미 사라진 이후였다.
그러나 하늘공원 정상에 식재된 붉은 댑싸리는 절정을 이르어 하얀 억새 밭과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억새밭 곳곳에서는 억새 축제의 흔적을 찾을 수 있는 포토존이 설치되어 있었으며, 속이 트이는 전망대에서는 푸른 한강의 모습을 바라볼 수 있었다.
하늘공원에서 도보로 20분 가량을 걷다 보면, 하늘공원 메타세콰이아 산책로가 나온다. 하늘공원 테마산책길은 ‘메타세콰이어길’, ‘시인의 거리’, ‘소곤소곤길’로 구성되어 있다.
‘시인의 거리’와 ‘소곤소곤길’에서는 단풍이 물든 모습을 드문드문 확인할 수 있었지만, 아직 ‘메타세콰이어 길’은 여름이라 해도 믿을 만큼 청량한 녹음이 가득했다.
볕이 잘 드는 쪽의 단풍이 빠른 편이었는데, ‘시인의 거리’가 특히 그랬다. 단풍 사이로 사이 좋은 노부부가 손을 잡고 산책을 하는 모습이 가을이 선사하는 소확행을 보여주는 듯 했다.
하늘공원 산책로를 따라 걷다보면, 서울 둘레길 산책로를 통해 그대로 평화의 공원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멀지 않은 평화의 공원은 단풍이 어떤 상태인지 살펴보기 위해 이동했다.
평화의 공원
서울 마포구 증산로 32에 위치한 평화의 공원은 월드컵공원 전체를 대표하는 공원으로, 월드컵경기장과 가장 가까운 공원이다.
월드컵경기장 역에서 도보로 10분이면 도착하는 평화의 공원은 11월 6일 기준으로 한창 단풍이 절정을 맞이하고 있었다.
평화의 공원을 가는 도중에 만나는 난빛정원은 곳곳에 낙엽이 깔려 있었지만, 녹음이 무성했다.
인상주의 화가 모네의 정원에 있는 듯한 다리를 건너오니, 울긋불긋한 단풍이 든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하늘공원을 올라가며 본 나무들은 이미 앙상한 가지만 남은 것에 비해 평화의 공원에는 곳곳에 단풍이 절정을 맞은 상태였다.
소확행을 느끼듯 그 사이로 자전거를 타고, 가을 햇볕을 맞이하는 시민들의 모습은 평화롭기만 했다.
강을 따라 핀 버들나무들은 푸릇한 모습을 유지했지만, 그 주변 나무들은 선명하게 단풍이 들은 모습이 완연했다.
강을 건너오니, 아이들을 위해 마련된 소박한 목재 놀이터가 보였다. 금발을 지닌 외국인 아이 두 명이 뛰어놀고 있었다.
그 모습이 낯설지 않을 만큼 ‘평화의 공원’은 그 이름처럼 이국적이고 평화로운 가을의 모습을 자아냈다.
평화의 공원에서 올림픽 공원역에 가까워질수록 단풍도 짙어지는 기색을 보였다. 그 모습을 보아, 평화의 공원의 단풍은 이번 주가 절정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