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추천 여행지

눈 덮인 돌담 사이를 천천히 걷다 보면,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고요함에 마음이 내려앉는다.
겨울바람 사이로 낙엽 대신 한옥 지붕 위에 눈이 내려앉고, 그 풍경은 마치 오래된 수묵화 한 장면을 보는 듯하다.
도시에서 멀지 않은 거리지만, 도착한 순간부터 이질적인 공기와 정적이 감돈다. 소란한 일상을 벗어나 조용한 겨울을 보내고 싶은 이들이 찾는 이색적인 힐링지, 옻골마을이다.
눈이 오면 더 빛나는 이 마을은 400년 넘는 세월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한옥의 기와와 돌담 위에 내려앉은 눈은 계절의 무게를 더욱 깊게 새기며 고즈넉한 정취를 완성한다.

도심 속에 숨어 있는 듯하지만 한 걸음 들어서는 순간, 완전히 다른 세계가 펼쳐지는 옻골마을로 떠나보자.
옻골마을
“국가문화재 품은 한옥 마을, 겨울엔 눈 덮인 풍경까지 더해져”

대구광역시 동구 옻골로 195-5(둔산동)에 위치한 ‘옻골마을’은 조선 중기 학자 대암 최동집 선생이 1616년에 정착한 이후, 경주 최씨 광정공파의 후손들이 대대로 살아온 집성촌이다.
대구 시내에서 가장 가까운 전통 한옥 마을이자 도심과 전통이 공존하는 드문 공간이다.
약 2.5km 길이로 이어진 토석담은 문화재청이 선정한 ‘전국 10대 아름다운 돌담길’에 포함되었으며 눈이 내리는 날에는 그 위로 소복이 쌓인 눈이 돌담의 질감을 더욱 도드라지게 해 겨울 산책지로 손색이 없다.
이 마을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문화재는 국가민속문화재 제261호로 지정된 ‘백불암 고택’이다. 조선시대 가옥 중 대구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로, 약 400년 종갓집의 위엄과 전통을 고스란히 품고 있다.

실제 후손이 거주하고 있는 공간으로도 유명해 단순한 전시공간이 아니라 ‘살아있는 문화유산’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고택 주변은 외부인의 발걸음이 많지 않아 조용하며 눈 내린 날에는 마치 시간 밖에 존재하는 듯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옻골마을 입구에 자리한 두 그루의 거대한 회화나무도 이 마을의 상징적인 존재다. 수령 350년 이상으로 추정되는 이 나무들은 마을의 안녕을 지키는 수호목이자 주민들에게는 ‘선비나무’라 불리며 오랜 세월 사랑받아 왔다.
그 곁에는 비보림이라 불리는 숲이 마을을 감싸고 있는데, 풍수지리적으로 마을의 기운을 보호하기 위해 조성된 숲이다. 이곳에서 불어오는 찬 바람은 더없이 맑고 깨끗하다.

옻골마을은 2025년 3월, 한국관광공사로부터 ‘강소형 잠재 관광지’로 선정되며 문화유산 이상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단순히 전통이 살아 있는 공간이라는 의미를 넘어, 앞으로 더욱 보존하고 발전시켜야 할 지역으로 평가받고 있는 것이다. 특히 겨울철에는 방문객이 많지 않아 보다 여유롭고 깊이 있는 여행을 즐기기에 적합하다.
문화재 관람 외에도 전통 체험도 마련되어 있다. 옻골마을 홍보관에서는 예약을 통해 한복 입기, 다식 만들기, 탁본 체험 등 다양한 전통문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다.
특히 한복을 입고 눈 내린 돌담길을 걷는 체험은 사진 한 장에도 오랜 기억을 남긴다. 이외에도 백불고택, 화전고택 등에서는 한옥 스테이를 운영하고 있어 하루쯤 고택에서 머물며 느리게 하루를 보내는 것도 가능하다.

교통편은 다소 제한적이다. 대중교통 이용 시 동구 3번 버스를 통해 접근할 수 있지만 배차 간격이 길어 사전 확인이 필요하다. 그만큼 무분별한 상업화에서 벗어나 조용하고 정돈된 마을 분위기가 유지되고 있다.
현대와 전통, 도시와 자연이 균형을 이루는 겨울 마을. 때로는 말없이 눈 내리는 골목 하나가 복잡했던 마음을 정리해 주는 법이다.
대구 도심에서 멀지 않은 옛 마을의 품에서, 눈과 고요가 어우러진 계절의 깊이를 느껴보는 건 어떨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