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추천 여행지

전주의 한옥마을을 걷다 보면, 고즈넉한 기와지붕 사이로 뜻밖의 유럽풍 건축물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낯선 듯 조화로운 풍경 속, 묵직한 종탑이 솟아 있는 붉은 벽돌 건물. 바로 한국 최초의 천주교 순교터 위에 세워진 전동성당이다.
호남 지역에서는 보기 드문 서양식 건축 양식인 로마네스크 양식을 완벽하게 구현한 이 성당은 단순한 종교 공간을 넘어, 시대의 아픔과 예술적 아름다움이 겹쳐진 역사적 장소로 평가받는다.
수수한 외관 속에 스민 100년 넘는 시간, 전동성당은 처음부터 성당이 아니었다. 1791년 윤지충과 권상연 두 신도가 조선 사회의 억압 속에서 신앙을 지키다 처형된 곳, 바로 그 자리에 뿌리를 내린 성당이다.
그러므로 이곳은 단지 ‘오래된 성당’이 아니라, 한국 천주교의 희생과 시작, 문화적 융합이 응축된 공간이라 할 수 있다. 순교자의 피 위에 세워진 성스러운 건축, 전동성당으로 떠나보자.
전동성당
“조선 최초 천주교 순교터, 사진 명소로 떠오른 11월 여행지”
전주시 완산구 태조로 51에 위치한 ‘전동성당’은 1914년에 완공된 호남 지역 최초의 로마네스크 양식 성당이다.
지금은 전주의 대표 관광지로 사랑받고 있지만, 그 시작은 순교자들의 신념으로 얼룩진 고난의 역사였다.
1791년 신해박해 당시 윤지충(바오로)이 조상 제사를 거부하고 신주를 불태운 일로 참수당했고, 같은 이유로 권상연(야고보)도 함께 순교했다.
이 비극이 벌어진 장소가 바로 지금의 전동성당 터다. 두 사람의 신념은 100년 후 프랑스 출신 선교사 보두네 신부의 손에 의해 기억되었다.
그는 교우들과 함께 순교터를 매입해 본당을 설립하고, 1908년 명동성당을 설계한 푸와넬 신부의 도움을 받아 성당 건축을 시작했다.
23년에 걸친 긴 공사 끝에 탄생한 전동성당은 일제강점기의 격동 속에서 지역민과 선교사들의 희생과 노력이 더해진 결과물이다.
성당의 주춧돌은 통감부가 철거한 풍남문 성벽의 돌을 활용했고, 벽돌은 전주성에서 가져온 흙으로 중국인 벽돌공들이 구웠다.
석재는 익산 황등산에서 마차로 실어 날랐고, 목재는 치명자산에서 벌목해 들여왔다.
이처럼 건축 자재 하나하나에 전라도 지역의 자연과 역사가 깃들어 있어 전동성당은 단순한 외래 건축물이 아니라 지역성과 시대성이 어우러진 기념비적인 구조물이다.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지어진 성당 건물은 붉은 벽돌과 화강석의 조화, 비잔틴 풍의 종머리와 둥근 천장이 특징이다.
특히 중앙 종탑과 좌우에 균형 있게 배치된 작은 종탑이 만들어내는 입체감은 고풍스러우면서도 위엄 있는 분위기를 자아낸다.
‘서양식 건축’이라는 단어가 무색할 만큼, 한국의 하늘 아래 잘 녹아든 이 건물은 많은 사진가와 여행자들에게 전주 여행의 핵심 명소로 꼽힌다.
성당 앞에 세워진 하얀 그리스도상과 ‘한국 최초 순교터’라 새긴 기념비는 이곳이 단지 아름다운 건물 그 이상임을 조용히 일깨운다.
현재 전동성당은 일반 신자뿐 아니라 순례자와 여행객 모두에게 열려 있으며, 다양한 시간대에 미사를 드릴 수 있다.
주말 미사는 토요일 오후 4시(순례자미사), 오후 6시(청소년 미사), 일요일 오전 6시·9시·10시 30분(교중미사), 오후 5시에 열린다. 평일 미사는 매일 오전 6시와 화~금요일 오전 11시에 있으며, 고해성사는 미사 30분 전에 가능하다.
성당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개방되며, 성당 내부뿐 아니라 외부 공간까지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어 여행 중 천천히 머물기에도 좋다.
복잡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신앙의 역사와 건축의 아름다움이 어우러진 전동성당으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