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과도 성형외과도 아니었다
외국인 돈 몰리는 의외의 장소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소비 패턴이 변화하고 있다. 피부과와 성형외과 중심이었던 의료관광 시장에 최근 약국이 새로운 핵심 소비처로 떠오르고 있다.
K-뷰티 열풍을 넘어 K-의약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일반의약품과 의료용품을 구매하려는 외국인들의 발길이 약국으로 향하고 있다.
관광객들은 인공눈물과 피부 재생 크림, 근육통 완화제 등 자국에서 쉽게 구하기 어려운 제품을 찾으며 한국 약국을 쇼핑 코스로 인식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서울 주요 관광지 인근 약국에서는 외국어 안내문과 무인 환전기까지 등장하며 변화하는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의료 소비액 역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한국 의료관광 시장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외국인 쇼핑객들이 줄 서는 K-의약품
“2,500억 돌파했다…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가장 많이 돈 쓰는 곳의 반전”
한국관광공사 한국관광 데이터랩에 따르면 올해 5월 외국인 관광객의 의료 소비액은 2천511억 5천578만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 대비 0.5% 증가한 수치로 역대 최대 기록이다. 의료 소비액은 방한 관광객의 신한카드 사용액을 기반으로 전체 지출 규모를 추산한 수치다.
올해 의료 소비액은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 2월 1천96억 원 수준이었던 의료 소비액은 3월 2천44억 원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어 4월 2천498억 원을 기록한 데 이어 5월에는 처음으로 2천500억 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74.6% 증가한 수준이다. 특히 의료 소비액이 3개월 연속 2천억 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가별 소비 규모를 살펴보면 중국이 636억 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미국 462억 원, 일본 329억 원, 대만 297억 원, 싱가포르 145억 원 순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전체의 88.4%를 차지해 압도적인 비중을 보였으며 부산 5.0%, 경기 3.1%, 제주 2.0%가 뒤를 이었다.
진료 분야별 비중에서는 피부과가 57.8%로 가장 높았다. 성형외과는 18.0%, 약국은 12.9%를 기록했다. 특히 약국은 최근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분야다.
지난해 1월만 해도 약국 비중은 4.9%에 불과했지만 올해 1월 처음으로 10%를 돌파한 뒤 5월에는 역대 최고치인 12.9%까지 확대됐다.
소비 건수 기준으로 보면 약국의 존재감은 더욱 뚜렷하다. 지난달 외국인 의료 소비 건수 가운데 약국 비중은 69.8%를 기록했다.
외국인 관광객이 의료 분야에서 결제한 10건 중 약 7건이 약국에서 발생했다는 의미다.
실제 현장 분위기도 달라지고 있다.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 한 약국은 외국인 방문객 증가에 맞춰 무인 환전기를 설치했다.
매장 내부에는 영어와 중국어로 작성된 제품 안내문이 비치돼 있으며, 외국인 관광객들은 제품 사진을 보여주며 구매를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고 약사들은 전한다.
서울 명동의 한 대형 약국에서도 외국인 관광객들의 대량 구매가 이어지고 있다. 피부 재생 크림과 의료용 마스크팩, 인공눈물 등 다양한 제품을 구매하는 모습이 흔하게 목격된다.
일부 관광객은 영상 통화를 통해 가족이나 지인에게 제품을 보여주며 구매를 결정하기도 한다. 현장 관계자들은 선물용 의약품을 한 번에 40만 원어치씩 구매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설명한다.
전문가들은 K-의약품에 대한 해외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약국이 피부과와 성형외과에 이어 의료관광의 새로운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분석한다.
한국 의료관광 시장은 이제 병원 중심에서 약국까지 영역을 확장하며 새로운 성장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