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한 지질 트레일 체험명소

화산섬 제주에는 눈에 보이는 풍경 너머의 시간이 있다. 그 시간은 오랜 지질 작용을 거쳐 형성된 암석과 지층에 고스란히 기록돼 있다. 특히 제주 남서쪽 산방산과 용머리해안 일대는 지질학적으로도 가치가 높은 구간으로 꼽힌다.
최근 세계지질공원으로서의 위상을 강화하기 위한 탐방 프로그램이 본격적으로 운영되며 주목받고 있다. 기존 관광지와는 결이 다른 방식으로 제주의 땅을 체험할 수 있어 교육적 효과도 크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이 ‘산방산 용머리해안 지질 트레일’이다. 탐방로는 A·B·C 세 구간으로 나뉘며, 각 코스는 서로 다른 지질 특성을 보여준다.
이 중 C코스는 응회암 지형과 아아용암 지대, 해안사구 등을 연결해 다양한 화산 지형을 관찰할 수 있는 루트다. 제주에서 가장 젊은 용암 지대를 직접 걷고,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단층과 주상절리 등을 만날 수 있다.
지금부터 산방산 용머리해안 C코스 트레일에 대해 알아보자.
병악오름 분출지형부터 아아용암까지 관찰 가능, 여름철 여행지로 인기
“해외 트레일을 다녀왔다고 하면, 외국인들이 오히려 제주에 더 좋은 길이 있는데 왜 굳이 거길 갔느냐고 묻더군요. 오늘 직접 걸어보니, 이곳 땅에 서 있는 것 자체가 경이롭게 느껴졌습니다.”
지난 26일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에서 아이들과 함께 제주를 찾은 이 씨(49)는 ‘2025 제주도 세계지질공원 산방산 용머리해안 지질 트레일’의 C코스를 완주한 뒤 소감을 전했다.
A·B·C 세 개의 코스 가운데 C코스는 비교적 긴 거리지만, 다양한 지질 형성과정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구간이다.
이날 이 씨를 포함한 탐방객 9명과 지질해설사 2명은 오전 9시 30분께 산방산 앞 플레이사계 지오단길에서 출발했다. 차량 두 대에 나눠 탄 이들은 화순해수욕장 인근 사근다리로 이동해 트레킹을 시작했다.
도착 지점에서 해설사는 발아래 펼쳐진 지형이 화산재와 암석 부스러기들이 켜켜이 쌓여 만들어진 응회암층이라고 설명했다.
화산활동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이 지형은 평범해 보이는 해안의 토양조차 제주의 지질적 특수성을 보여주는 단서가 된다고 강조했다.
탐방대는 약 300미터를 걸어가며 주변 풍경을 마주했다. 비교적 규모가 큰 해안사구에서는 수평선 위에 떠 있는 듯한 형제섬과 송악산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 두 지형물의 생성 시기와 화산활동의 연관성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형제섬 뒤로는 국토 최남단인 마라도가 보였고, 그 오른쪽에는 가파도도 시야에 들어왔다. 육안으로는 아득하게 보이지만 이 섬 역시 제주 화산활동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해설이 뒤따랐다.
이어 탐방대는 숲길로 방향을 틀었다. ‘소금막 용암’이라 적힌 해설판 앞에 멈춰 선 참가자들은 약 5천 년 전 병악오름에서 분출한 용암으로 형성된 지형을 마주했다. 이 지역은 현재까지도 제주에서 가장 젊은 용암지대 중 하나로 분류된다.
해설판에는 ‘아아용암’과 ‘클링커’라는 용어가 반복적으로 등장했다. 아아용암은 표면이 울퉁불퉁하고 날카로운 특징을 지닌 용암으로, 식는 과정에서 다공성과 불규칙한 형태를 띠게 된다. 클링커는 그 조각들이 부서지며 형성된 암석 파편을 지칭하는 말이다.
탐방객들은 이어 또 다른 해안사구로 이동해 실제 아아용암과 클링커의 형상을 관찰했다. 기이하게 뒤틀린 암석의 형태가 그대로 남아 있었고, 직접 손으로 만져보며 질감과 형태를 확인하는 참가자들도 있었다.
다시 숲길을 지나며 탐방대는 작고 고립된 해안사구를 지나쳤고, 이어지는 지형에서도 아아용암 특유의 흐름 흔적이 이어졌다.
탐방 내내 웅장한 산방산이 배경처럼 따라붙었다. 수직으로 갈라진 듯한 주상절리가 산 전체를 감싸고 있어 자연의 조형미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총 5.7킬로미터에 이르는 C코스는 완주까지 2시간 이상 소요되는 코스였지만 이날은 기온이 30도를 웃도는 무더위로 인해 일부 구간만 선택적으로 걷는 일정으로 조정됐다.
탐방객들은 짧은 여정 속에서도 제주 지질의 생생한 역사와 마주하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