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가 걷던 궁에 단풍이 내려앉는다”… 천 원으로 즐기는 도심 속 단풍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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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1월 추천 여행지
출처 : 한국관광공사, 촬영자 김지호 (덕수궁)

궁궐은 늘 단정하고 조용하다. 그러나 가을이 시작되면, 그 단정함에 색이 더해진다. 정제된 기와와 처마 사이로 붉은 단풍이 스며들고, 서양식 석조건물 위로는 은행잎이 내려앉는다.

그리고 그 풍경을 마주할 수 있는 궁이 단 1천 원이면 들어갈 수 있다. 왕조의 끝자락에서 ‘황제국’을 선언했던 마지막 궁궐. 조선의 궐이면서 동시에 대한제국의 출발점이었던 그곳은 지금, 조용히 단풍철을 준비하고 있다.

계절이 조금만 더 깊어지면 이 궁은 다시 한번 붉게 물들 것이다. 돌담길 산책부터 전시관 관람, 서양과 동양이 공존하는 건축미까지 모두 한 공간에 담긴다.

무엇보다 도심 한가운데 있어 이동이 쉽고, 짧은 시간 안에 깊은 역사와 계절을 모두 느낄 수 있는 장소다.

출처 : 한국관광공사, 촬영자 김지호 (덕수궁)

단풍만 보는 나들이가 식상하다면, 황제가 남긴 궁에서 가을을 제대로 만끽해 보는 건 어떨까.

덕수궁

“서양식 석조 건물과 조선식 전각이 단풍 아래에서 나란히 보이는 곳”

출처 : 한국관광공사, 촬영자 정규진 (덕수궁)

서울특별시 중구 세종대로 99에 위치한 ‘덕수궁’은 본래 ‘경운궁’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1592년 임진왜란으로 주요 궁궐이 소실되면서 임시 행궁으로 사용됐고, 이후 정식 궁궐로 지정되며 ‘경운궁’이라는 명칭을 얻었다.

이곳은 조선 제9대 성종의 형인 월산대군의 사저에서 출발해 1897년 대한제국이 수립되면서 황궁으로 격상됐다. 고종은 이곳에서 황제 즉위식을 치렀으며 대한제국의 정치 중심지로 삼았다.

당시에는 궁의 규모를 확대하고, 궁궐 내 서양식 건축물인 석조전을 세우는 등 전통과 근대가 병존하는 공간으로 변화했다.

그러나 1904년 발생한 대화재와 1907년 고종의 강제 퇴위 이후, 덕수궁의 위상은 급격히 축소됐다. 이름도 ‘덕수궁’으로 바뀌었고, 일제강점기에는 많은 전각이 철거되면서 궁의 외형이 크게 변형되었다.

출처 : 한국관광공사, 촬영자 김지호 (덕수궁)

이후 일부 공간은 공원화되었으며 1946년과 1947년에는 석조전에서 미소공동위원회가 개최되어 근현대사의 현장으로 기록되기도 했다. 현재는 복원 작업이 지속되며 궁궐 본래의 구조와 기능이 점차 되살아나는 중이다.

덕수궁의 또 다른 특징은 동선에 있다. 서울 중심에 위치한 만큼 접근성이 뛰어나고, 정문을 지나면 다양한 문화재와 건축물이 짧은 거리 안에 밀집되어 있어 고령자와 유아 동반 가족도 무리 없이 관람이 가능하다.

궁 내에서는 석조전과 돈덕전, 중명전 등의 전시공간이 운영 중이며 사전 해설과 함께 내부 관람도 가능하다.

특히 석조전은 19세기말 서양 건축 양식을 도입해 완공한 대표적인 궁궐 내 서양식 건물로, 궁궐 안에서 가장 이질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출처 : 한국관광공사, 촬영자 이범수 (덕수궁)

가을이 되면 궁궐의 전각과 전통 조경 사이로 단풍이 물든다. 단풍나무는 궁궐 곳곳에 골고루 심겨 있어 한 코스 내에서 다양한 단풍 뷰가 연출된다.

특히 덕수궁 돌담길로 이어지는 외부 산책로와 내부의 전각 주변을 따라 이어진 산책형 공간은 단풍철 포토 스폿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현재는 단풍이 본격적으로 물들기 전이지만, 예년을 기준으로 10월 말부터 11월 초 사이가 절정기로 예측된다. 이 시기를 노려 방문하면, 붉게 타오르는 궁궐의 계절미를 온전히 감상할 수 있다.

덕수궁은 연중 운영되며, 일반 관람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다. 입장 마감은 오후 8시다. 석조전은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개방되며 마지막 해설은 오후 4시 30분에 시작된다.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덕수궁)

돈덕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운영되며, 중명전은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관람이 가능하다. 정기 휴일은 매주 월요일이지만, 공휴일과 겹치는 경우에는 개방하며 그다음 비공휴일에 휴관한다.

입장료는 개인 기준 1천 원, 10인 이상 단체는 8백 원이며 덕수궁 미술관 관람 시에는 별도 관람권이 필요하다. 주차는 불가능하므로 대중교통 이용이 필수다.

조선의 마지막 궁궐에서 가을의 끝자락을 느끼고 싶다면, 덕수궁으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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