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도 아닌데 온 세상이 하얘졌다”… 평창에서만 볼 수 있던 ‘꽃멍의 성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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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평창 봉평엔 꽃이 내렸다
SNS 달군 메밀꽃밭의 유혹
자연에 기대 쉬어간 이틀
출처: 봉평메밀영농조합 (제3회 봉평 오얏나무숲 메밀꽃축제 현장 모습)

누구는 봄을 꽃으로 기억하고, 누구는 가을을 낙엽으로 그린다. 하지만 6월은 어떤가. 계절 사이 어정쩡한 그 달에도 사람들은 이유 있는 풍경을 찾아 떠난다.

그럴 때 어김없이 다시 소환되는 이름이 있다. 바로 ‘봉평의 메밀꽃밭’이다.

가을이 아닌 초여름에 피는 메밀꽃. 그것도 강원도 봉평의 맑은 공기와 어우러져 흰 안개처럼 깔린 풍경은 보기만 해도 마음이 정화되는 기분을 준다.

낮에는 하늘을 담은 흰 들판이 되고, 해가 지면 저녁 노을과 어울려 묘한 감성을 자아낸다. 도시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이 장면은 그 자체로 하나의 여행이 된다.

SNS 감성 저격한 ‘초여름 꽃멍’ 성지

이런 배경 속에서 지난 6월 13일부터 14일까지, 평창군 봉평면 이효석길 일대에서 ‘오얏나무숲 메밀꽃축제’가 열렸다.

출처: 평창군 SNS (봉평 오얏나무숲 메밀꽃축제 현장 모습)

‘봉평 메밀꽃이 피었습니다’를 주제로 열린 이번 축제는 짧았지만 강렬한 여운을 남기며 많은 이들의 SNS를 채웠다.

수천 평 규모로 조성된 메밀밭은 하얗게 물든 장관을 연출했고, 관람객들은 그 속을 거닐며 사진을 남기고, 풍경에 잠겼다.

축제장에는 벤치와 산책로가 마련돼 있어, 가족 단위 방문객부터 연인, 혼자 여행 온 이들까지 저마다의 방식으로 자연을 즐겼다.

특히 ‘꽃멍’이라는 이름의 이색 체험이 인기를 끌었다. 아무 말도, 아무 일도 없이 그저 꽃밭 한가운데 앉아 있는 것. 도시에서는 사치 같은 이 시간이, 이곳에선 정답이었다는 반응이 많았다.

음악과 맥주, 감성까지 더한 하얀 이틀

꽃만으론 부족하다는 말은 이 축제엔 해당되지 않았다. ‘메밀스케치 콘서트’라는 이름의 야외 공연이 열려 잔잔한 기타 선율과 보컬이 하얀 꽃밭과 어우러졌다. 무대가 따로 없어도, 그 풍경 자체가 배경이었다.

출처: 봉평메밀영농조합 (제3회 봉평 오얏나무숲 메밀꽃축제 현장 모습)

야외 바에서는 지역 수제맥주인 ‘메밀라거’가 판매됐고, 젊은 층을 중심으로 여유로운 ‘꽃맥 타임’이 펼쳐졌다.

아이들을 위한 체험도 충실했다. 메밀을 주제로 한 그림 그리기, 간단한 만들기 프로그램은 가족 여행객의 만족도를 끌어올렸다.

방문객들의 후기는 일관됐다. “과하지 않아 더 좋았다”, “작지만 진짜 자연을 보는 느낌이었다”, “사진보다 눈으로 보는 게 훨씬 예뻤다”. 이 축제는 ‘규모’보다는 ‘밀도’로 감동을 남겼다.

오얏나무숲 속에서 잠시 쉬어간 사람들

행사장이 위치한 오얏나무숲은 축제의 분위기를 배가시켰다. 짙은 그늘과 높게 자란 나무들, 그리고 그 아래를 채운 메밀꽃. 어느 방향으로 걷든 풍경이 바뀌고, 그 안에서 사람들은 속도를 줄였다.

출처: 봉평메밀영농조합 (제3회 봉평 오얏나무숲 메밀꽃축제 현장 모습)

그냥 걷기만 해도 충분했다. 누구는 책을 펴 들었고, 누구는 바닥에 앉아 멍하니 하늘을 봤다. 누군가는 말없이 꽃 사이로 사라졌고, 또 다른 누군가는 꽃 앞에서 조심스럽게 셔터를 눌렀다.

이틀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봉평은 그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잠깐의 ‘쉼표’를 허락했다.

올해로 3회를 맞은 봉평 오얏나무숲 메밀꽃축제는 공식적으로 막을 내렸다.

하지만 축제가 끝난 뒤에도 사람들의 사진 속에는 여전히 하얀 꽃밭이 살아 있고, 그 풍경은 한동안 온라인에서 회자될 것이다.

평창 봉평의 6월은, 그렇게 또 하나의 계절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사람들은, 다시 그 계절을 기다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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