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기현에서 만나는 안중근 의사의 흔적
8월 가볼 만한 여행지
“그(안중근)가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다. 젊고 늘씬하며 키가 상당히 컸다. 일본 사람과 비슷하지 않고 얼굴은 거의 흰색이었다.”
조선의 청년 안중근에 대해 제정 러시아의 재무대신이었던 ‘블라디미르 니콜라예비치 코코프체프’는 이처럼 평가했다.
그는 이토 히로부미와 외교 문제로 회담을 가질 예정이었으나 안중근 의사의 거사로 인해 무산되었다.
한편, 일본 미야기현에는 대를 이어 안중근 의사를 섬기고 있는 사찰이 있다.
오사카의 미식, 교토의 고즈넉한 분위기, 화려한 도쿄의 밤 등 즐길거리 넘치는 평범한 일본 여행도 좋지만, 뜻깊은 역사여행을 누릴 수 있는 미야기현으로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안중근 의사와 치바의 만남
“코레아 우라! 코레아 우라! 코레아 우라!” (Корея Ура! : 대한 만세!)
1909년 10월 26일, 안중근 의사는 하얼빈 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권총으로 사살했다.
그는 현장에서 잡혀 정거장 헌병 분파소로 들어간 후 중국 뤼순 감옥(旅順監獄)으로 수감되었다. 참고로 뤼순감옥은 일제에 맞서 독립운동을 벌인 안중근 의사, 박희광 선생, 신채호 선생 등이 수감되어 옥사 및 순국한 곳으로, 우리가 마땅히 기억해야 할 곳이다.
한편, 현장에서 체포된 안중근 의사를 감시하던 일본인 간수 ‘치바 도시치'(千葉十七)는 일본의 영웅이었던 조선통감 이토 히로부미를 암살한 것에 대해 분노하며 수차례 권총을 빼 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안중근 의사는 그가 겨누는 권총에도 신념을 굽히지 않고 민족의 독립과 아시아의 평화를 위한 행동이었다고 말했다.
결국 치바는 그의 굳은 신념과 당당한 결의, 높은 인품에 감복하였고 두 사람은 우정을 나누게 된다.
위국헌신군인본분(爲國獻身軍人本分)
시간은 흘러 안 의사의 순국 5분 전, 31살의 안중근 의사는 그동안 자신을 담당했던 25살의 간수 치바에게 이와 같이 말한다.
“그간 보여준 친절을 마음속 깊이 고맙게 생각하오. 동양에 다시 평화가 찾아와 두 나라 사이에 우호 관계가 회복될 때, 다시 태어나 반갑게 만나기로 하세.”
그리고 의사는 치바에게 「爲國獻身軍人本分」의 필묵을 선물로 전달한다. 이것이 그 유명한 <위국헌신군인본분>이다.
‘나라를 위해 몸을 바침은 군인의 본분이다’라는 의미로, 일본의 군인인 당신은 할 도리를 한 것뿐이니 자신의 죽음에 죄책감을 갖지 말라는 의미였다.
안 의사가 처형된 후, 치바는 스스로 제대를 청하고 고향인 미야기현으로 돌아와 4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철도원으로 근무했다고 전해진다.
또한 고향으로 돌아온 그는 집안에 불단을 만들어 안 의사가 선물한 필묵과 위패를 모시고 매일 절을 올렸다고 한다.
더불어 그는 눈을 감기 직전, 안 의사의 필묵을 가보로 삼고 아침•저녁으로 1일 2회 위패를 모시라는 유언을 남겼다. 이는 치바의 아내 ‘치바 기츠요’와 그들의 자식에게까지 이어졌다.
대림사(大林寺)
치바의 고향인 미야기현 쿠리하라시 와카야나기에는 ‘대림사’라는 절이 있다.
해당 절을 주관하는 주지는 치바와 안중근 의사의 이야기를 듣고 감동하여 둘의 우정을 기념하기 위해 2m 규모의 현창비를 세우고 치바와 안중근 의사의 영정을 나란히 두어 모셨다.
그들은 30년 이상 매일 안중근 의사를 기리는 공양을 올리고 있으며, 한국의 ‘안중근 의사 숭모회’와 함께 친선교류회 및 위령법요식을 이어오고 있다.
한편, 치바의 후손은 1980년 안중근 의사 탄생 100주년을 맞아 필묵을 한국 정부에 반환했다. 필묵은 보물 제569-23호로 지정되어 현재 ‘안중근 의사 기념관'(서울 중구 소월로 91)에서 무료로 볼 수 있다.
“다른 마음먹지 말고 죽으라. 옳은 일을 하고 받은 형이니 비겁하게 삶은 구걸하지 말고 대의에 죽는 것이 어미에 대한 효도다.”
안 의사는 어머니 조 마리아 여사의 당부대로 항소하지 않고 사형 판결을 받아들였다. 1910년 3월 26일 오전 10시, 그의 나이 향년 32세였다.
오는 8월, 일제침략으로 인해 흔들린 국가존속을 바로잡기 위해 자신의 심신을 아끼지 않은 위인을 만나러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가깝게는 서울 중구에서, 멀게는 일본 미야기현에서 안중근 의사의 굳센 흔적을 접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