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종의 유배지
강원 영월군 남면 광천리 산 67-1에 위치한 ‘청령포’는 남쪽은 기암절벽으로 막혀 있고 그 외의 방향은 남한강 상류의 지류인 서강(西江)이 곡류하고 있어 배로 강을 건너지 않으면 밖으로 나갈 수 없는 특수한 지형이다.
이러한 지형적 특성과 당시 맹수가 득실거렸던 환경으로 인해 조선의 국왕 ‘단종’의 유배지로 쓰였다.
세조에 의해 노산군(魯山君)으로 강봉된 단종은 이곳에서 부인 정순왕후를 그리워하며 ‘자규시’를 짓는 등 쓸쓸하게 살았다고 전해진다.
한 마리 원통한 새 궁중을 나와 / 외로운 몸 외짝 그림자 푸른 산중을 헤맨다 / 밤마다 잠을 청하나 잠은 이룰 수 없고/ 해마다 한을 다하고자 하나 한은 끝이 없네 / 자규 소리도 끊긴 새벽 묏부리 달빛만 희고 / 피 뿌린 듯 봄 골짜기 떨어진 꽃이 붉구나 / 하늘은 귀머거리라 슬픈 하소연 듣지 못하는데 / 어찌해서 수심 많은 내 귀만 홀로 듣는가
이번 7월, 영월 자규루 누각에 올라 자신의 처지에 빗대어 지은 자규시가 더욱 구슬프게 느껴지는 영월 청령포로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청령포
대한민국 명승 제50호로 지정된 ‘청령포’는 단종의 유배지로, 그의 슬픔이 곳곳에 남아있는 곳이다.
유배 당시 세운 것으로 알려진 ‘금표비’, 영조 때 세운 ‘단묘유적비’, 2000년 단종문화제 때 세운 ‘단종어가’, 입구의 ‘단종역사관’ 등이 있으며, 단종이 쌓은 것으로 전해지는 돌탑도 있다.
또한 단종의 왕릉인 ‘영월 왕릉’이 있는데, 일반적인 왕릉과는 다른 특이점이 있다. 바로 왕릉에 있어야 할 문인석, 무인석 중 무인석이 없다는 것이다.
이는 세조가 무신 세력을 등에 업고 당시 조선 제6대 국왕이었던 단종의 왕위를 무력으로 찬탈하였기 때문이다. 쓸쓸한 역사와 한 개인의 인간사가 세밀한 부분에 녹아들어 있어 알고 보면 더욱 깊은 감상을 느낄 수 있다.
이러한 슬픈 역사를 담고 있으면서 야속하게도 아름다운 이곳은 청령포 수림지의 소나무숲이 울창하고, 서강의 물이 맑아 ‘영월 8경’의 하나로 손꼽히는 장관을 자랑한다.
우뚝 선 느릅나무 옆에 위치한 계절정원길의 연못에는 현재 진분홍빛의 수련이 만개해 있다. 탐스럽게 피어있음에도 애틋하게 느껴지는 곳이다.
성인 3천 원, 청소년 및 군인 2천5백 원, 어린이 2천 원, 경로 천 원의 입장료가 들며 ‘대한민국 구석구석’ 사이트 및 어플에서 진행하는 ‘영월군 디지털 관광주민 혜택’을 이용해 반값을 할인받을 수 있다.
매일 9~18시에 관람 가능하며 이곳과 관련해 033-372-1240으로 문의할 수 있다.
영월군, 장릉·청령포 무장애 관광지 조성
한편, 지난 6월 영월군이 세계 문화유산인 장릉과 청령포를 무장애 관광지로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군은 약 10억 원의 예산을 들여 무장애 보행로를 조성하고 청령포에는 이동 약자를 위한 경사로 등을 조성하여 장애인, 유아 동반자, 노약자 등 관광 취약 계층도 즐길 수 있는 관광지로 만들겠다고 전했다.
또한 장애인 주차장 및 장애인 화장실을 개선하고, 단종과 정순 왕후 동상 조형물•데크 경사로도 확충한다.
이외에도 청령포 곳곳에 점자 안내판과 3D 촉각 모형, 점자 키오스크 등을 설치해 더욱 편리한 이용이 가능할 예정이다.
문화관광체육과장은 “세계 문화유산인 장릉과 청령포는 이동 약자들도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무장애 관광지로 거듭나겠다”라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