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열 SUV, 5년 만에 단종
전기차 출격에 XT6 퇴장
스프링힐 공장, EV 생산 중심 재편

한 세대만을 남기고, 캐딜락의 3열 SUV XT6가 올해 생산 종료를 앞두고 있다. 2020년 처음 출시된 XT6는 5년간의 짧은 수명을 뒤로한 채, 캐딜락의 전동화 전략에 밀려 무대에서 내려온다.
캐딜락은 4월 8일(현지시간) 공식 발표를 통해, XT6 생산이 올해 안으로 미국 테네시주의 스프링힐 공장에서 종료된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전기 SUV 라인업 강화를 위한 사전 정리로 풀이된다. 실제로 캐딜락은 올해 초 XT4의 생산을 먼저 종료했으며, 이번 XT6에 이어 XT5 역시 2026년까지만 생산될 예정이다. 이후 해당 세그먼트는 모두 전기차로 대체된다.
XT6는 그동안 XT5와 에스컬레이드 사이의 공백을 메우는 전략형 SUV로 자리잡았다. 뷰익 앙코르, 쉐보레 트래버스, GMC 아카디아와 동일한 플랫폼을 공유했으며, 3.6리터 V6 또는 2.0리터 터보 엔진을 탑재했다.

2024년에는 약 2만 225대를 판매하며 전년 대비 5.8% 성장했지만, 브랜드 내에서는 중위권 성적에 머물렀다.
그 자리를 대신할 모델은 전기 SUV ‘비스틱(Vistiq)’이다. 비스틱은 현재 미국 시장에서 막 딜러십을 통해 고객 인도가 시작됐으며, XT6와 동일한 스프링힐 공장에서 생산된다.
기본 가격은 한화 약 1억 1천만 원(미화 약 8만 달러)으로 XT6보다 약 4천만 원 이상 비싸지만, 슈퍼크루즈 반자율주행, 23개 스피커의 AKG 사운드 시스템, 파노라마 선루프, 마사지 시트 등 고급 사양이 기본으로 탑재된다.
615마력의 전기모터 출력은 XT6의 내연기관과 비교해 큰 차이를 보이며, 전기차 특유의 정숙성과 가속 성능도 기대를 모은다.

캐딜락의 이러한 결정은 단순한 모델 변경이 아닌, 브랜드 전체 전략의 흐름과 맞닿아 있다. 캐딜락은 “지난 1년간 여섯 개의 새로운 모델을 출시하며, 전기차 중심의 미래를 본격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로써 스프링힐 공장은 XT4, XT6의 단종 이후, 전기 SUV ‘리릭(Lyriq)’과 ‘비스틱’의 생산 거점으로 재편된다.
XT5는 2026년까지 한시적으로 생산되며, 이후 북미 시장에서 퇴장한다. 참고로 XT5는 현재 중국에서 2세대 모델이 생산 및 판매 중이지만, 북미에는 출시되지 않는다.
이번 단종 결정은 캐딜락 브랜드 내부에서도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 현재 캐딜락에서 가솔린 엔진을 탑재한 모델은 세단 CT4, CT5, 그리고 대형 SUV 에스컬레이드 정도만 남아 있다. 이 중 일부도 조만간 전기차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

SUV가 북미 시장에서 높은 수익을 창출하는 핵심 상품군임을 감안할 때, 내연기관 모델의 연이은 종료는 캐딜락이 전동화에 얼마나 강한 의지를 갖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XT6의 퇴장은 단순한 라인업 정리가 아니라, 캐딜락이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기 위한 이정표와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