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 미허가자에도 의료서비스 제공
순례자 측, “폭염 속 의료 지원 부족”
“수백 미터마다 시신이 있었어요.”, “환자에 비해 의료진이 너무 부족했습니다.”
이슬람력 12월에 있는 성지순례 ‘하지’는 그들의 성스러운 종교의식으로, 무슬림이 행해야 할 5대 의무 중 하나로 꼽힌다.
그들은 일생에 한 번은 꼭 이슬람의 중심지이자 발생지인 메카, 메디나를 방문해야 한다고 여긴다.
그런데 문제는 이슬람력의 1년은 그레고리력보다 10일~11일 가량이 짧아 매년 성지순례 기간이 앞당겨져, 찌는 여름철과 겹치기도 한다는 점이다.
한편, 최근 매운 뜨거운 날씨에 성지순례를 진행하여 열사병으로 많은 사람들이 숨진 참사가 일어났다.
50도가 넘는 기온 속에서 진행된 성지순례
낮 최고기온 50도를 넘는 기온 속에서 진행된 이슬람 정기 성지순례 ‘하지’에서 발생한 사망자가 1300명을 넘긴 것으로 24일(현지 시간 기준) 확인되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SPA 통신에 따르면, 보건부 장관은 TV에 출연해 온열질환으로 숨진 사람이 총 1301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하지가 지난 지 5일 만에 공식 집계를 밝히며 장관은 많은 사망자가 신분증을 소지하지 않아 신원 확인에 시간이 소요되었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사망자 약 83%가 순례 허가를 받지 않은 이들로, 제대로 된 쉼터 없이 먼 거리를 도보로 이동해 신체에 무리가 되었을 뿐 아니라 이들 중 다수는 노인 및 만성 질환자였다며 사망자들에 애도를 표했다.
장관 및 사우디 측은 순례객 중 열사병 등의 증상을 보이는 이들에게 총 46만 5천 건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했으며, 이 가운데 14만 1천 건은 순례 미허가자였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현지 순례객의 증언에 따르면, 폭염 속 인파에 대비한 준비가 턱없이 부족했다고 한다.
‘무더위와 인파에 기절하는 사람들이 다반사였으며 길에서 의료진이나 구급차는 한 대도 보지 못했다’, ‘지역 주민이나 단체에서 물을 배급할 때마다 사람이 몰렸다’, ‘귀가하는 길에 숨진 순례객을 보며 마음이 아팠다’ 등 당시의 참혹했던 상황을 밝혔다.
CNN은 하지 기간 부모를 잃은 한 미국인의 안타까운 사연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