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추천 여행지
소원 기원과 띠 궁합 문화 엿볼 수 있는 해안·계곡 절

공작새와 사자가 ‘띠’로 등장한다면 믿을 수 있을까. 토끼 대신 고양이를 띠 동물로 여기는 나라가 있다면 어떨까. 우리가 익숙하게 여기는 십이지는 동아시아 전역에 퍼져 있지만 나라마다 구성은 조금씩 다르다.
인도의 십이지신은 호랑이와 닭 대신 사자와 공작이, 베트남의 십이지신에는 토끼 대신 고양이가 포함된다. 단순한 동물의 배열처럼 보이지만 이 12마리는 각국의 세계관과 종교, 생활문화 속에 깊이 뿌리내린 상징이다.
십이지는 자·축·인·묘로 시작해 해에 이르기까지 12개의 동물을 시간과 방향에 배치한 체계로, 신이 동물들을 불러 경주를 시켜 순서를 정했다는 설화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이를 바탕으로 각 해마다 특정 동물과 연관 지어 띠를 나누고, 사람들은 띠에 따라 성향이나 궁합, 운세를 점치기도 한다. 하지만 이 동물들은 또 다른 층위의 신화 속 존재이기도 하다.
불교 경전인 약사경에서는 십이지신이 병을 막고 기도를 수호하는 신장으로 등장하며 머리는 동물, 몸은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다.
오늘날 이들은 일부 사찰에서 석상으로 조성돼 방문객을 맞이하고 있으며 민속과 불교가 교차하는 흥미로운 문화유산으로 남아 있다.
이처럼 시대와 지역, 종교와 전통을 넘나드는 십이지신의 의미는 단순한 띠를 넘어선다. 그중에서도 부산과 강원 동해의 사찰 두 곳은 십이지신을 입체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대표적인 장소다.
경전, 설화, 문화 차이를 모두 품은 십이지신 석상의 세계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자.
해동용궁사
“십이지신 동상 품은 절벽 위 사찰, 감탄이 절로 나온다!”
부산광역시 기장군 기장읍 용궁길 86에 위치한 ‘해동용궁사’는 일반적으로 산속에 자리하는 사찰과 달리 해안 절벽 위에 들어서 있어 탁 트인 바다 전망과 사찰의 고즈넉한 분위기가 조화를 이룬다.
사찰 내에는 대웅전, 굴법당, 용왕당, 범종각, 사사자 석탑 등이 있으며 이 중 굴법당은 ‘미륵전’으로도 불리며 자녀를 원하는 이들이 기도하는 공간으로 알려져 있다.
내부에는 득남불로 전해지는 미륵좌상 석불이 봉안돼 있으며 “진심으로 빌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말이 퍼지며 불자뿐 아니라 일반인 방문객도 꾸준히 찾는다.
대웅전 앞 사사자 석탑, 해안을 향한 포대화상, 용 모양의 조각상 등은 해동용궁사만의 상징성을 더욱 부각하는 요소다. 또한 ‘해동용궁사 금강반야바라밀경론’은 부산시 유형문화재로 지정돼 문화재적 가치도 높다.
해동용궁사는 사계절 내내 방문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으며 부처님 오신 날에는 연등이 절 전체를 수놓아 바다와 함께 이색적인 장관을 연출한다. 새해 첫날에는 일출 명소로 각광받아 해돋이와 새해 소망을 기원하려는 이들로 붐빈다.
해동용궁사는 연중무휴로 오전 4시 30분부터 오후 7시 20분까지 개방하며 입장은 오후 6시 50분까지 가능하다. 입장료는 없으며 사찰 내 모든 공간은 별도 요금 없이 관람할 수 있다. 차량 방문객을 위한 주차 공간도 마련돼 있다.
삼화사
“십이지신 동상도 보고, 힐링 가득한 템플스테이도 즐기고!”
강원도 동해시 삼화로 584에 위치한 ‘삼화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4교구 본사 월정사의 말사로, 창건 설화만 세 가지가 전해지는 유서 깊은 사찰이다.
삼화사사적에 등장하는 자장율사 창건설, 강원도지에 기록된 통일신라 흥덕왕 창건설, 신증동국여지승람의 범일국사 창건설이 혼재하며 그만큼 오랜 세월 속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품어온 곳이다.
사찰은 무릉계곡 입구에 위치해 있으며 청옥산과 두타산으로 둘러싸여 배산임수의 입지를 갖췄다. 입구 담장을 따라 줄지어 선 십이지신 석상들은 사람의 몸에 동물의 머리를 지닌 신비로운 모습으로 참배객을 맞이한다.
각 석상의 생김새는 서로 달라 방문객이 그 앞에서 자신의 띠와 마주하고 사진을 남기는 풍경도 흔하다. 절 자체는 소규모지만 ‘동해 삼화사 철조노사나불좌상’과 ‘삼층석탑’ 등 보물을 보유하고 있어 불교사적 가치도 크다.
이외에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무릉계곡 템플스테이를 운영하며 휴식형과 체험형 중 선택이 가능하다. 사찰 인근에는 음식점과 편의점 등도 마련돼 있어 탐방 전후 편리한 이용이 가능하다.
올여름, 동물의 얼굴을 한 신들이 수호하는 사찰에서 조용한 사색의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