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추천 여행지

푸른 능선을 따라 바람이 불고, 그 위로 순백의 꽃이 끝없이 이어진다.
대지를 덮은 하얀 꽃물결은 처음엔 눈을 의심하게 만들고 이내 넋을 잃고 바라보게 한다. 꽃잎마다 쨍한 햇살이 맺히고 그 사이를 걷는 발걸음은 어느새 바쁜 일상을 잊게 한다.
붉거나 노란 꽃과 달리, 흰색은 더없이 담담하고 조용하다. 하지만 그 조용함이 때로는 가장 강하게 마음을 끌어당긴다. 초여름의 문턱에서 마주하는 풍경이 이토록 깊게 스며들 줄은 직접 걷기 전까지는 알 수 없다.
이 모든 장면이 펼쳐지는 곳은 강원특별자치도 평창군 미탄면 청옥산에 자리한 ‘육백마지기’다. 높고 시원한 하늘 아래, 산 위 평원은 꽃으로 차오르며 계절의 정점을 알린다.
오는 5월, 가슴이 뻥 뚫리게 만드는 이색 나들이 명소로 여행을 떠나보자.
육백마지기
“실제로 보면 더 놀라요”
평창 미탄면 청옥산길 583-76에 위치한 ‘육백마지기’는 이름부터 범상치 않다.
‘볍씨 육백 말을 뿌릴 수 있을 만큼 넓은 평원’이라는 뜻에서 비롯된 지명처럼, 이곳은 축구장 여섯 개를 합쳐 놓은 듯한 광활한 초원이 펼쳐지는 곳이다.
그 너른 땅 위로 산 능선을 따라 풍력발전기가 돌아가고, 그 곁에는 순백의 꽃이 고요하게 자리를 지킨다. 높고 탁 트인 하늘 아래 돌아가는 거대한 날개들과 꽃의 부드러운 결이 어우러지는 풍경은 그 자체로 비현실처럼 다가온다.
하지만 이곳을 특별하게 만드는 진짜 주인공은 따로 있다. 바로 초원을 뒤덮은 순백의 꽃, 샤스타데이지다.
계란 노른자를 가운데 품고 있는 듯한 모양 때문에 ‘계란프라이꽃’이라는 별명으로도 불리는 이 꽃은, 보기만 해도 기분이 환해지는 색과 형상을 지녔다.
끝도 없이 펼쳐지는 초록 능선 위로 샤스타데이지가 하얗게 번지면 초원은 단숨에 풍경화처럼 변한다.
발밑에서 바람에 흔들리는 꽃잎은 마치 잔잔한 물결처럼 출렁이고, 그 사이를 걷는 순간 걷는 이 역시 풍경의 일부가 된다.
꽃 사이사이로는 포토존도 다양하게 조성돼 있다. 아담한 성 모양 조형물이나 능선을 배경으로 놓인 무지개 의자 등은 이 풍경 안에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꽃과 바람, 하늘과 조형물이 함께 만들어내는 장면은 사진 한 장으로는 다 담기 어려울 만큼 넉넉하고, 그 안에서 사람은 잠시 작아진다.
오늘날 육백마지기는 자동차로 정상까지 오를 수 있어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자연친화적 여행지로 주목받고 있다.
청옥산 산길을 따라 오르다 보면 어느 순간 시야가 열리고, 그 너머로 펼쳐지는 거대한 초원과 샤스타데이지의 물결이 일상에서 보던 풍경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감각을 안겨준다.
무엇보다 이 모든 풍경을 무료로 만날 수 있다는 점은 이곳의 매력을 더욱 끌어올린다. 입장료는 없다. 주차도 가능하다. 하루의 일정만 허락된다면 누구든 부담 없이 다녀올 수 있다.
5월, 고요하고 시원한 초원의 바람 사이로 걷고 싶은 날이 있다면, 하얗게 피어난 꽃길을 따라 순한 위로를 받고 싶은 순간이 있다면, 평창 육백마지기가 그 해답이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