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 예외 아니었다”… 여행 기념품 속 숨겨진 불편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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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산이라 믿고 샀는데,
여기서만 살 수 있는 거 아니었다
날이 갈수록 사라지는 기념품의 의미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기념품은 여행의 흔적을 남기는 가장 쉬운 방법 중 하나다. 여행지의 정취를 간직하고 싶거나, 가족과 친구들에게 선물하며 경험을 나누고자 하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 사는 기념품이 진짜 현지에서 만들어진 것이 맞는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깊이 고민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대량생산된 기념품이 여행지 곳곳을 채우면서 지역 문화의 본질이 흐려지고, 진짜보다 가짜가 더 많이 팔리는 역설적인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디저리두)

최근 몇 년 사이 가짜 기념품 문제가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 호주 생산성위원회(Australian Government’s Productivity Commission)의 2022년 보고서에 따르면, 호주에서 판매되는 ‘원주민 공예품’의 75%가 실제로는 해외 공장에서 제작된 가짜였다.

인도네시아에서 대량생산된 부메랑과 디저리두(호주 원주민 전통 악기)가 현지 제품인 것처럼 포장되어 팔리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현상은 태국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현지 시장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코끼리 바지’는 태국의 전통 직물로 여겨지지만, 실제로는 70% 이상이 해외 공장에서 제작된 제품이다.

현지에서 생산된 전통 섬유와 비교하면 질이 떨어지지만, 가격이 저렴하고 관광객이 쉽게 구매할 수 있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코끼리바지)

이처럼 현지의 장인들이 만든 진짜보다 값싼 모조품이 더 많이 팔리면서, 정작 전통 공예가들은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이 같은 문제는 인도의 카슈미르 지역에서도 나타난다. ‘파슈미나(Pashmina) 숄’은 고산지대에서 자란 염소의 털을 사용해 손으로 짠 고급 직물이다.

한 장당 수십만 원을 호가할 정도로 정성이 많이 들어가는 공예품이지만, 관광객들은 높은 가격을 부담스러워하며 더 저렴한 대량생산 제품을 찾는다.

이에 따라 카슈미르 시장에서는 파슈미나라는 이름을 단 가짜 숄이 넘쳐나고 있다. 현지 공예업자인 소남 앙모(Sonam Angmo)는 “관광객들은 그저 ‘여기서 샀다’는 사실에 의미를 두지만, 정작 장인들에게 돌아가는 몫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출처 : 연합뉴스

이런 기념품 문제가 해외에서만 벌어지는 것은 아니다. 한국에서도 기념품 시장이 위기를 맞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제주도의 감귤 초콜릿과 돌하르방 모형이다.

1970년대 이후 제주 기념품 시장을 대표해 온 돌하르방 모형은 시간이 지나면서 대량생산을 위해 시멘트 재질로 찍어내는 방식이 일반화됐다.

제주 특유의 현무암을 사용한 제품은 점점 줄어들고, 전국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판박이 같은 기념품이 여행지마다 팔리고 있다.

감귤 초콜릿 역시 마찬가지다. 제주도는 2001년 비상품 감귤을 활용하기 위해 감귤 농축액 가공 공장을 세우며 감귤 초콜릿을 개발했지만, 온라인에서 언제든 쉽게 주문할 수 있게 되면서 그 희소성을 잃어버렸다.

출처 : 연합뉴스

게다가 관광객들의 소비 패턴도 달라졌다. 제주를 찾는 여행객들이 기념품을 사지 않는 비율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2005년 제주대학교 연구에 따르면 제주를 방문한 관광객들의 기념품 구매율이 1987년 82.5%에서 2003년 60.8%로 감소했다.

2000년대 이후 관광객들의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기념품 시장이 더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오히려 반대의 결과가 나타났다.

제주를 대표하는 기념품이 너무 한정적이고, 지역 특색을 제대로 살린 새로운 상품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출처 : 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제주에서 약과 브랜드가 유행하면서, 정작 제주와 관련 없는 기념품이 관광객들의 선택을 받고 있는 것도 흥미로운 변화다.

최근 SNS에서 화제가 된 약과 브랜드가 제주에 직영점을 열자, 많은 관광객들이 감귤 초콜릿 대신 약과를 기념품으로 사 가고 있다.

이는 제주를 대표하는 기념품이 새롭게 등장했다기보다, 단순히 소비 트렌드에 따라 제주 기념품 시장이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처럼 세계 곳곳에서 전통적인 기념품이 의미를 잃어가고 있다. 여행의 흔적을 남기려는 마음에서 시작된 기념품 구매가 어느새 대량생산된 모조품 소비로 변질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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