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다시 찾는다면 이것이 그 이유일 것”… 최근 외국인관광객들이 입소문으로 찾는 이색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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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콘텐츠로 떠오른 템플스테이
상반기 3만 7천 명 돌파
출처 : 연합뉴스 (지난 23일 종로구 조계사)

“사찰 내 모든 게 아름답군요.”

지난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 마당에서 초소형 카메라를 들고 대웅전 일대를 둘러보던 네덜란드 출신 나비(27) 씨는 고개를 들어 건물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평일 낮 시간임에도 경내에는 외국인 관광객이 50명 이상 모여 있어 활기를 띠었다. 단정한 건축과 고요한 분위기, 도시 한복판에서 만나는 이색적인 정적이 사찰을 찾는 외국인들의 발길을 이끌고 있다.

한국관광데이터랩 분석에 따르면 조계사는 2022년 10월부터 2023년 9월까지 종로구에서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방문한 관광지 4위를 기록했다. 1위는 경복궁, 2위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3위는 북악스카이 팔각정이었다.

출처 : 연합뉴스 (지난 23일 종로구 조계사)

조계사 마당에는 불경 소리 위로 영어, 프랑스어, 중국어 등 다양한 언어가 섞여 들렸다. ‘대웅전’ 현판 아래 국화를 계단에 정성껏 배치한 국화 장식 앞에서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셔터를 연신 눌러댔다.

단체로 움직이는 관광객들은 가이드의 설명을 경청하면서 “뷰티풀(beautiful)”이라는 감탄사를 반복했다.

프랑스인 베로니크(46) 씨는 “건물도 멋지지만 공기가 맑고 분위기가 고요하다”고 말한 뒤, 번역기 화면에 ‘apaisant(진정되는)’라는 프랑스어 단어를 보여주었다.

폴란드에서 온 마치예(27) 씨는 “여행 가이드북에 조계사가 명소로 소개돼 있어서 일정에 넣었다”고 설명했다.

출처 : 연합뉴스 (지난 23일 종로구 조계사에서 만난 한 외국인 관광객에게 사찰에 온 소감을 묻자, 그는 “마음이 진정된다”는 말을 전하려 핸드폰 번역기 화면을 내보였다.)

프랑스인 수잔(29) 씨는 “우연히 지나가다 들렀는데 꽃 장식과 사찰의 분위기가 조화를 이뤄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그는 “절이 주변 빌딩들과 묘하게 어우러져 시선이 머문다”고 덧붙였다.

한 외국인 관광객은 ‘제15회 조계사 국화화엄축제’ 안내 현수막을 배경으로 한국식 손 하트 포즈를 취하며 기념사진을 남기기도 했다.

도심형 템플스테이도 외국인 관광 수요에 부응하고 있다.

서대문구 홍대 거리 인근에 위치한 ‘홍대선원(Just Be Temple)’은 전통 사찰은 아니지만 숙박과 명상 체험이 결합된 도심형 공간이다.

출처 : 연합뉴스 (지난 23일 서대문구 템플스테이 숙소 ‘홍대선원’)

입구에는 연등 접수 배너가 세워져 있고 내부에는 예불, 다도, 명상 안내문이 붙어 있다. 은은한 차 향이 공간 전체를 채우고 있다.

식사는 아침 한 끼만 제공되며 비건 식단으로 운영된다. 외부 음식 반입 시에도 비건 식품만 허용된다.

5층 명상 공간에는 다도 테이블과 좌복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천장에는 푸른 연등이 달려 있고, 맞은편 벽에는 병풍 앞에 약사여래불이 놓여 있다.

2021년 문을 연 이 공간은 최근 들어 홍대를 찾는 외국인 방문객 증가와 함께 더 많은 수요를 받고 있다.

출처 : 연합뉴스 (지난 23일 서대문구 템플스테이 숙소 ‘홍대선원’)

한 홍대선원 스태프는 “방문객 중 약 70%가 외국인”이라며 “중국에서 오는 여행객이 가장 많고, 미국과 유럽권 방문객도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찰 기능도 있지만 숙박 기능이 병행되기 때문에 명상과 다도, 예불에 참여하지 않아도 머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예약률은 거의 만실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근 공연장에서 열리는 K팝 콘서트를 관람하기 위해 이곳에 머무는 외국인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숙소는 남성 19베드, 여성 25베드 규모로 운영된다.

또 다른 홍대선원 스태프는 “명상 체험은 20분 내외로 간단하게 구성돼 있다”고 전했다. “숙박을 하면서 불교에 흥미를 느꼈다는 외국인 고객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출처 : 연합뉴스 (지난 23일 서대문구 템플스테이 숙소 ‘홍대선원’)

이어 “종교적 접근보다는 누구든 편하게 머무를 수 있는 공간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출신 앤첼라(35) 씨는 “한국은 불교가 친숙하고, 여성 혼자 지내기에 안전하다고 생각돼 선택했다”고 말했다. “머무는 동안 조용한 분위기 덕분에 마음이 가라앉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외국인의 템플스테이 참여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대한불교조계종 한국불교문화사업단에 따르면, 2019년 외국인 템플스테이 참가자는 약 7만 명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2020년과 2021년 각각 약 7천 명 수준으로 급감했다.

출처 : 연합뉴스 (지난 9월 8일 김제 금산사에서 템플스테이 체험하는 외국인 관광객)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2022년 3만 8천 명, 2023년에는 8만 3천 명으로 반등했고, 지난해에는 약 7만 8천 명이 참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이미 3만 7천 명을 넘어선 상황이다. 외국인 참가자의 약 90%는 외국인 전용 사찰 31곳에서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을 체험했다.

외국인들이 선호하는 사찰로는 경주 골굴사, 양양 낙산사, 서울 봉은사와 조계사, 평창 월정사 등이 꼽힌다.

골굴사는 선무도 체험, 낙산사는 서핑 명상 등 이색적인 프로그램을 운영해 젊은 세대의 관심을 끌고 있다.

출처 : 연합뉴스 (2023년 8월 12일 경북 경주시 골굴사에서 독일 잼버리 대원들이 선무도 수련을 하며 즐거워하고 있다.)

봉은사는 다도, 사경, 자개 공예 등 실습형 콘텐츠를 중심으로 구성돼 체험 위주 프로그램을 선호하는 외국인에게 인기가 높다.

전체 참가자들이 가장 많이 선택한 항목은 명상 프로그램(자비수관, 가행정진)이다. 108배, 염주 만들기, 예불, 사찰음식 체험도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특히 올해 사찰음식 체험은 전년 대비 4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계종 관계자는 지난 24일 “문화재로 등록된 사찰이 많아 문화재 관람 수요도 상당하고, 템플스테이나 사찰음식 같은 체험 콘텐츠도 외국인의 관심을 끌고 있다”고 밝혔다.

출처 : 연합뉴스 (즐거운 한국 사찰 체험)

한국불교문화사업단 관계자도 “템플스테이는 한국의 전통 생활문화를 의식주 중심으로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점에서 외국인 만족도가 높다”며 “단순한 숙박이 아니라 새로운 문화 체험의 형태로 자리 잡았다”고 설명했다.

불교문화사업단은 외국인 전용 사찰에 외국어 가능 운영 인력을 배치하고 있다.

통역 인력이 없는 사찰에는 별도의 통역사 인력풀을 연계 지원하고 있으며, 관광통역안내사를 대상으로 한 템플스테이 통역 인력 양성 교육도 매년 실시하고 있다.

사업단은 지난 8월부터 10월까지 ‘외국인 특별 템플스테이’를 운영한 데 이어, 오는 10월 31일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국 불교문화의 국제적 확산에 힘을 실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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