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생중계로 공개된 508m 수직 등반
맨몸 도전이 남긴 장면

높이 508미터, 101층. 아찔한 높이의 건축물이 인간의 손과 발, 담대한 의지 하나로 정복되는 순간이 있었다. 안전 장비 없이, 오로지 맨몸으로 도심 최고층 건물의 외벽을 타고 오른 한 남자의 모습에 수천 명의 관중은 숨을 죽였다.
1월 25일 세계에서 손꼽히는 프리 솔로 등반가 알렉스 혼널드는 대만 타이베이 101 빌딩 정상에 무사히 도달하며 또 하나의 이정표를 세웠다.
철골 구조와 유리창으로 이뤄진 빌딩 외벽은 한 치의 실수도 허용하지 않았지만, 그는 끝내 자신의 한계를 밀어붙였다.
그가 손으로 붙잡은 건 단순한 건물의 턱이 아니라, 인간의 도전 정신 그 자체였다. 온몸으로 타이베이의 하늘을 향해 나아간 그의 모습은 CNN 생중계를 통해 전 세계에 전달됐고, 현장에 모인 인파는 그가 손을 흔들 때마다 환호를 터뜨렸다.
도심 한가운데에서 펼쳐진 극한의 도전, 타이베이에서 가장 대담한 아침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자.
맨몸으로 508m 등반… 美등반가, 세계 최고층 빌딩 정상서 셀카
“도심 랜드마크 외벽을 92분 만에 오르며 전 세계 생중계”

도전은 오전에 시작됐다. 검은 바지에 반팔 셔츠, 허리춤에 매단 작은 초크 주머니가 전부였다. 혼널드는 타이베이 101의 외벽을 오르기 시작했고, 곧 수많은 이목이 그에게 집중됐다.
그는 빌딩의 모서리 돌출부와 금속 구조물, 작은 틈마저 이용해 한 걸음씩 고도를 높여갔다. 건물 중간에 마련된 발코니에서는 잠시 숨을 고르며 아래를 향해 손을 흔드는 여유도 보였다.
고층 빌딩 내부에서는 직원들과 시민들이 창문에 밀착해 그의 모습을 지켜봤고, 도심은 그의 도전을 중심으로 잠시 멈춘 듯했다.
92분. 그가 지상에서 꼭대기까지 오르는 데 걸린 시간이다. 일반적인 등반이라면 보호장비 착용은 기본이고, 사전 점검과 경로 분석이 뒤따른다. 그러나 이번엔 그 어떤 외부의 보호도 없이 오로지 몸 하나에 의지한 등반이었다.
이 과정에서 CNN 방송은 “정상 부근에서 기술적으로 까다로운 구간이 있었지만, 혼널드는 이를 빠르고 정확하게 통과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마지막 구간을 넘어서자마자 타이베이 101의 반구형 지붕에 올라섰고, 두 팔을 높이 들며 도전의 완주를 알렸다. 얼굴엔 안도의 미소가 번졌고, 챙겨 온 휴대전화로 셀카를 찍는 모습은 보는 이들에게 묘한 감동을 남겼다.
이날 도전은 단순한 퍼포먼스가 아니었다. 혼널드는 세계적인 등반가로, 2017년 미국 요세미티 국립공원의 수직 암벽 ‘엘 캐피탄’을 장비 없이 프리 솔로로 오르며 이미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인물이다.
하지만 이번 도전은 자연이 아닌 인공 구조물, 그것도 세계적 랜드마크의 외벽을 맨손으로 오르는 파격적인 행보였다.
그는 도전 직후 인터뷰에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심리적인 침착함을 유지하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건물 아래 수많은 사람들이 나를 지켜보는 상황에서 긴장이 컸다”며 당시의 긴박했던 순간을 회상했다.
그러나 그는 긴장 속에서도 ‘이게 내가 이걸 하는 이유’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하늘을 향한 등반 도중에도 그는 타이베이의 풍경을 감상했고 “이 도시를 볼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방법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단순한 기록 경신이 아니라, 자신이 사랑하는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본 순간이었다.

이번 도전을 가까이서 지켜본 아내 새니 맥캔들리스는 “사실 내내 공황 발작 상태였다”며 남편의 도전을 말리는 대신 그를 지지한 아내로서의 긴장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한편 타이베이 101 외벽 등반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4년 ‘프랑스의 스파이더맨’ 알랭 로베르도 같은 빌딩을 등반했지만, 그는 안전 로프를 사용했고, 정상 도달까지 4시간이나 걸렸다.
혼널드가 기록한 92분, 무장비 등반이라는 조건은 이번 도전의 가치를 더욱 높이고 있다.
도전을 마친 뒤 그는 “시간은 한정돼 있고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하다”며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남겼다. 이 짧은 말은 단지 등반가로서의 철학을 넘어, 인생을 대하는 태도 그 자체였다. 그의 행동에 대해 라이칭더 대만 총통은 “심장을 뛰게 하는 감동적인 장면이었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수직으로 솟은 도심의 랜드마크 위, 인간의 한계에 도전한 한 사람이 있었다. 그가 남긴 발자국은 사라질지 몰라도 그날 타이베이 하늘 아래 울려 퍼진 숨소리와 환호는 오래도록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