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월 추천 여행지

4월 8일, 태안에 봄이 열린 날이다.
하지만 기대했던 형형색색의 튤립이 가득한 풍경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막 개막한 ‘태안 세계튤립꽃박람회’는 지금, 꽃들이 고개를 들 준비를 하고 있는 시점이다.
튤립은 아직 봉오리를 꼭 쥔 채 봄바람 속에서 차근차근 피어오르고 있다. 넓은 꽃밭 곳곳엔 초록의 잎 사이로 색이 오르기 시작한 꽃대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고, 일부 튤립은 살짝 꽃잎을 열어 봄의 온도를 시험해 보는 중이다.
그렇다고 실망할 일은 아니다. 오히려 지금은 절정을 앞둔, 가장 설레는 시기다. 꽃은 한순간에 만개하지 않는다. 느리게, 그리고 꾸준하게 피어나면서 그 공간을 채워나간다. 지금의 풍경은, 바로 그 찰나의 변화가 시작되는 순간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벚꽃 개화도 예년보다 3~4일 늦었고, 튤립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박람회 측 역시 현재의 생육 상태를 고려해 이번 주말 이후 방문을 추천하고 있다.
피기 직전의 이 정적인 풍경은, 곧 다가올 화려함을 예고한다. 지금은 그저 ‘기대’라는 이름의 꽃이 먼저 피어 있는 시간이다.
태안 세계튤립꽃박람회
“지금 가면 여유롭고, 다음 주면 화려하다”

‘태안 세계튤립꽃박람회’는 충청남도 태안군 안면읍 꽃지해안로 400, 코리아플라워파크에서 열린다. 올해 축제는 4월 8일부터 5월 6일까지, 약 한 달간 봄의 색으로 공간을 채운다.
행사가 열리는 장소는 광활한 부지 위에 마련된 꽃밭으로, 튤립이 활짝 피어나는 시기가 오면 마치 다른 세계에 들어선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꽃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물론, 사진 찍기를 즐기는 이들에게도 만족스러운 봄 나들이 장소가 되어줄 것이다.
입장료는 유료다. 성인은 14,000원이며, 경로자와 단체 관람객은 12,000원이다.
유아 및 청소년은 11,000원으로, 연령대별로 구분된 요금 체계가 적용된다. 티켓 한 장으로 봄의 한가운데를 여유롭게 거닐 수 있는 셈이다.

지금은 아직 모든 튤립이 피기 전이라 꽃밭 전체가 다채로운 색으로 가득하진 않다. 하지만 오히려 이 시기만의 분위기가 있다.
사람이 많지 않아 조용하고, 햇살은 포근하게 내려앉으며, 부드러운 바람이 잎 사이를 조용히 스친다. 튤립은 땅을 뚫고 올라와 봉오리를 맺었고, 꽃잎은 이제 막 색을 머금으려 한다. 지금 이 순간은, 꽃이 피기 직전의 고요한 긴장감이 느껴지는 시간이다.
축제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주말을 전후로 본격적인 개화가 시작될 예정이다. 다음 주부터는 빨강, 노랑, 분홍, 보랏빛 튤립들이 하나둘 꽃잎을 열며 꽃밭 전체가 본격적인 절정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조금만 시기를 기다리면, 완전히 피어난 튤립들이 봄의 풍경을 바꿔놓을 것이다.

꽃은 단번에 피지 않는다. 하루하루 조금씩 다른 풍경을 만들며, 기다림 끝에 그 진가를 보여준다.
지금 이곳 태안의 풍경은, 봄이 천천히 준비되고 있는 과정 그 자체다. 가장 화려한 봄을 만나기 위한 그 시작점에, 지금 서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