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두루미의 멋진 비행과
탐조 명소로 떠오른 순천만
전남 순천만이 흑두루미와 가창오리의 화려한 군무로 겨울철 탐조 여행의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 과거 일본 이즈미 지역에 90% 이상 서식하던 흑두루미는 최근 순천만으로 서식지를 옮기며 개체수가 급격히 증가했다.
올해 관찰된 흑두루미는 약 7,600여 마리로, 이는 전 세계 흑두루미의 절반에 해당하는 규모다.
흑두루미는 멸종위기 2급으로 지정된 철새로, 행운과 장수를 상징하는 길조로 알려져 있다. 순천만은 이 흑두루미가 머무르며 겨울을 나는 중요한 생태적 허브로 자리 잡고 있다.
순천시는 2006년부터 본격적인 생태관광지 조성에 나서 흑두루미의 서식지를 보호하고 생태적 다양성을 보존해 왔다.
당시 오리농장과 주택 등을 철거해 순천만의 자연성을 회복하는 작업에 힘썼고, 흑두루미 보호를 위해 대대뜰에 있던 전봇대 282개를 철거해 새들의 안전한 서식 환경을 조성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순천만은 흑두루미뿐 아니라 재두루미, 검은목두루미, 캐나다두루미까지 다양한 철새들이 찾는 장소로 거듭났다.
람사르 협약으로 지정된 순천만은 이제 생태 여행과 자연 탐조의 대표 명소로 자리 잡았다.
특히 순천만 람사르길은 겨울철 탐조 명소로 각광받고 있다. 5.8km 길이의 맨발 걷기 코스인 람사르길은 탐조 애호가들에게 새들의 서식지로 접근하는 가장 안전한 경로로 인식되고 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흑두루미는 워낙 경계심이 강해 과거에는 150m 거리에서만 관찰이 가능했지만, 올해는 탐조대 인근 농경지 약 80m 거리까지 다가오며 맨눈으로 관찰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이는 순천만의 생태적 복원 노력과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환경 조성의 결과로 평가받고 있다.
순천시는 겨울철 탐조 관광객을 위해 다양한 탐조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탐조대와 천문대에 설치된 고배율 쌍안경을 통해 새들의 움직임을 관찰하는 ‘셀프 탐조’는 누구나 참여 가능하다.
매일 세 차례 운영되는 ‘사운드 탐조’는 탐조 전문가와 함께 새와 갈대숲의 소리를 들으며 순천만을 걸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아침 일찍 진행되는 ‘워킹 탐조’는 공원 개장 전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새들과 자연의 교감을 누릴 수 있어 탐조 애호가들에게 특히 인기가 높다. 해당 프로그램은 순천만습지 공식 누리집에서 사전 예약제로 운영된다.
탐조는 유럽과 미국 등지에서 골프와 맞먹는 고급 취미로 자리 잡았다. 순천만은 이러한 탐조 문화를 국내에 도입하며 자연과 공존하는 생태 여행의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새들의 움직임과 갈대숲의 변화는 단순한 자연 관찰을 넘어 여행자들에게 깊은 여운과 영감을 남긴다. 흑두루미의 이주는 단순한 철새 이동을 넘어, 환경 복원과 자연보호의 의미를 더욱 깊게 느끼게 하는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자연과의 교감은 단순히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우리 삶의 의미를 다시금 돌아보게 만들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