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개방 화장실 정책 폐지
미국 공공 화장실 부족 문제 재조명

미국 커피 프랜차이즈 스타벅스가 7년 만에 화장실 개방 정책을 폐지하며 논란이 일고 있다.
오는 27일부터 북미 지역 약 1만 1,000개 매장에서 주문 고객만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새 규정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지난 2018년 필라델피아 스타벅스 매장에서 인종차별 논란이 일어난 이후, 모든 고객에게 개방됐던 화장실 정책을 뒤집는 조치다.

스타벅스는 매장 내 안전 문제와 직원 부담을 이유로 들었다. 사라 트릴링 스타벅스 북미 지역 사장은 “매장 활용과 이용자에 대한 기대치를 재설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표했다.
새 행동 강령에는 괴롭힘, 폭력, 외부 음료 반입 등 다양한 금지 조항도 포함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무료 식수 제공 또한 앞으로는 주문 고객에게만 허용된다.
스타벅스의 개방 정책 폐지는 미국 내 공공 화장실 부족 문제를 다시금 부각시키고 있다. 미국은 세계 주요 선진국 중에서도 공공 화장실 수가 턱없이 부족한 국가이기 때문이다.
2011년 유엔 조사에 따르면, 미국은 인구 10만 명당 공공 화장실이 8개로, 세계 평균 수준에도 못 미친다. 반면, 아이슬란드는 56개로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과거부터 미국은 공공 화장실 문제를 민간 기업에 의존해왔다. 특히 스타벅스는 ‘미국의 공공 화장실’ 역할을 해왔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최근 불법약물 중독자들의 이용 문제와 매장 내 안전 사고가 증가하면서, 일부 매장에서는 화장실 잠금 조치를 시행하기도 했다. 실제로 2022년에는 안전 문제로 미국 내 스타벅스 매장 16곳이 폐점했다.
스타벅스의 화장실 정책 변화는 여행객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관광객과 도심 방문자들이 화장실을 찾기 위해 스타벅스에 의존했던 만큼, 이번 조치로 불편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뉴욕 전 시장 마이클 블룸버그는 과거 “스타벅스가 충분히 많으니 화장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언급하며, 민간 기업에 공공 서비스를 맡긴 미국의 현실을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공공 화장실 문제를 해결하려면 민간 기업의 자발적 참여에 의존하기보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공중위생과 접근성은 기본적인 인권 문제로, 특히 노인, 여성, 장애인, 배달 노동자 등 취약 계층에게 필수적인 인프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스타벅스의 정책 변경이 공공 화장실 부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번 조치를 계기로 미국 내 공공 화장실 인프라 확충에 대한 논의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