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 떠나도 남은 억새
늦가을 마지막 풍경
가을이 막바지에 접어들며 단풍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비 소식이 예고된 이번 주와 다음 주가 지나면 단풍은 완전히 자취를 감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은빛 물결처럼 출렁이는 억새가 아직 가을의 흔적을 간직하며 위로를 건넨다. 이제 가을의 흔적이 남아 있는 건 이 억새 풍경 뿐이다.
억새는 한국, 중국, 일본에서 자라는 벼과 식물로, 가을철 절정을 이루는 억새 군락은 마치 살아 숨 쉬는 풍경화를 연상시킨다.
광주 서창, 울주 간월재, 정선 민둥산, 서울 하늘공원, 합천 황매산 등 억새로 유명한 명소들이 있지만, 굳이 멀리 가지 않아도 수도권에서 만날 수 있는 억새 명소가 있다.
가을이 떠나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수도권 억새 여행지 두 곳을 소개한다.
하늘공원
서울특별시 마포구 하늘공원로 95에 위치한 하늘공원은 월드컵공원 내 5대 공원 중 하나로, 생태환경 복원을 목적으로 조성된 공간이다.
이름처럼 하늘에 가까운 공원으로, 쓰레기 매립지였던 척박한 땅이 자연으로 복원된 변화를 보여준다.
가을이 되면 이곳은 은빛 억새가 물결치는 장관을 이루며 북한산과 한강을 배경으로 서울 도심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풍경을 선사한다.
특히 전망대에 오르면 한강의 탁 트인 풍경이 펼쳐지며, 맹꽁이 열차를 이용하면 보다 편리하게 전망대를 오를 수 있다(편도 2,000원, 왕복 3,000원).
노을과 야경도 아름다워 낮뿐 아니라 저녁에도 많은 사람들이 찾는 명소로, 억새가 은빛을 넘어 황금빛으로 물드는 시간대에는 더욱 특별한 감동을 선사한다.
갯골생태공원
경기도 시흥시에 위치한 갯골생태공원은 150만 평의 폐염전 부지와 내만갯벌을 활용해 조성된 생태공원이다.
이곳은 갯골과 초지 군락지가 어우러져 다양한 생태계를 간직하고 있으며, 2012년 국가 해양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된 자연 보존의 보고다.
가을철 이곳을 방문하면 억새로 둘러싸인 전망대가 가장 큰 볼거리로 손꼽힌다. 억새 군락이 끝없이 이어진 풍경은 단순히 보는 것을 넘어 자연과 하나가 되는 경험을 선사한다.
또한 칠면초, 퉁퉁마디 같은 염생식물과 붉은발농게, 방게 등 다양한 생물을 관찰할 수 있어 아이들과 함께하는 생태 학습 여행지로도 안성맞춤이다.
옛 염전 부지와 소금창고 등 사라져가는 해안문화를 느낄 수 있는 역사적 자취 또한 매력적이다.
억새와 함께하는 가을 경치를 즐기고 싶다면 갯골생태공원은 수도권에서 놓쳐서는 안 될 대표적인 억새 명소다.
억새가 절정을 이루는 이 시기에 방문하면 자연의 경이로움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