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추천 여행지

짧은 가을을 예고하는 9월, 아직 이른 시기지만 걷기 좋은 계절이 시작되었다. 특히 제주에서는 걷는 경험 자체가 여행이 되는 구간들이 있다.
관광버스가 멈추지 않는 곳, 상업시설 없이 오름과 숲, 길만으로 이어진 동선. 아직 억새는 피지 않았지만 그 예고편을 걷는 길이 있다.
사람보다 바람이 먼저 지나가고, 발걸음마다 옛 지형의 흔적이 남아 있는 둘레길. 과거 말을 길러내던 방목지였던 이곳은 지금 말 대신 사람의 걷는 속도를 담는다.
제주 동부 중산간에 위치한 걷기 코스 ‘갑마장 및 가름질 쫄븐갑마장길’은 10월 억새철을 기다리며 조용히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전통과 자연이 맞닿은 이색 도보길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자.
갑마장 및 가름질 쫄븐갑마장길
“오름과 숲길, 돌담이 연결된 비순환형 자연 코스”

제주 서귀포시 가시리 조랑말체험공원에서 출발하는 총길이 10킬로 미터의 ‘갑마장 및 가름질 쫄븐갑마장길’은 약 4시간이 소요되는 걷기 코스다.
전체적으로 비순환형 구조로, 출발지에서 종점까지는 직선 이동 동선이지만, 체험공원에서 시작해 다시 되돌아오도록 설계된 코스다.
난이도는 보통 수준으로 분류되며 중간에 급경사나 험로 구간은 없다. 차량 접근은 가능하나, 대중교통 이용은 어렵기 때문에 택시나 자가용 이용이 추천된다.
이 길의 명칭에는 과거 이 지역의 기능이 그대로 남아 있다. ‘갑마장’은 조선시대 왕실에 진상하던 말, 즉 ‘갑마’를 기르던 국영 목장이 위치했던 곳으로, 지금도 평탄하고 넓은 지형이 당시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다.

특히 따라비오름과 큰사슴이오름 등 주요 오름 지형을 품은 이 코스는 고도차가 적고, 풍경 변화가 많아 천천히 걷기에도 적합하다.
주요 경로는 조랑말체험공원 – 가시천(곶자왈) – 따라비오름 – 잣성길 – 큰사슴이오름 – 꽃머체 – 조랑말체험공원 순으로 이어진다.
특히 따라비오름과 큰사슴이오름은 제주 지역에서도 생태 가치가 높은 오름으로 평가되며 능선을 따라 걷는 길 사이사이에 돌담과 편백숲이 나타난다.
경로 중 잣성길은 현무암을 이용해 축조된 옛 방목 울타리로, 단순한 경관 요소가 아닌 제주의 방목 문화를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지점이다.

코스 전반에는 별도의 식수대나 매점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출발 전 충분한 물과 간식을 준비해야 하며 날씨 변화에 대비한 옷차림도 필수다.
숙박이 필요한 경우, 조랑말체험공원 내 게스트하우스와 캠핑장을 이용할 수 있으며 1박 2일 일정으로 일정을 구성하는 것도 가능하다. 특히 전 구간이 자연 그대로 보존된 야외 탐방로이므로 사전 예약이나 입장절차 없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갑마장길 전체가 부담스러울 경우, 일부 구간만 걷는 ‘쫄븐갑마장길’ 코스를 선택할 수 있다. 걷는 시간이 짧고, 체력 소모가 덜한 만큼 초보자나 가벼운 산책을 원하는 여행객에게 적합하다. 구간별 도보 선택이 자유로운 점은 이 길의 또 다른 장점이다.
운영은 별도 제한 없이 연중 자유롭게 개방되며 입장료와 주차요금은 모두 무료다. 다만 대중교통 접근성이 낮아 자가용 또는 택시 이용이 필수에 가깝다.

공식 매점, 식수 제공 시설은 없으므로 자율 준비가 필요하며 전 구간에서 자연훼손 방지를 위한 비포장 길 통행 시 주의가 요구된다.
제주의 중산간 지형에서 말이 달리던 자리에 억새가 피어나는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자연과 걷기를 동시에 체험할 수 있는 갑마장길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