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숲에서 만끽하는 가을 단풍
평일에도 인파
“올해 단풍은 망했어요. 내장산에도 내려가 봤는데, 서울 단풍이 더 예뻐요.”
서울을 누비는 택시 기사의 투덜거림이 과언이 아닐 만큼, 올해는 전국 단풍 명소에 이변이 많았다.
이상 기후 현상 때문에 단풍이 늦춰지면서 11월 중순에도 곱게 물든 단풍을 보기 힘든 요즘에 가장 인기 많은 단풍 명소를 찾았다.
서울 성동구 뚝섬로 273에 위치한 서울숲은 소위 MZ세대라고 불리는 2030의 SNS에서 자주 거론되는 핫플이다.
서울숲역 4번 출구에서 도보로 10분이면 도착하는 서울숲은 오래 전 왕의 사냥터로 쓰이던 부지였지만 2005년부터는 시민을 위한 공원으로 이용되고 있다.
평소에는 성수동 핫플이자 K-pop의 성지로 알려진 서울숲이지만, 요즘에는 가을철 가장 아름다운 광경을 선사하는 단풍 놀이 명소로 변모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서울숲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건 곱게 물든 단풍 가로수들이었다. 은행나무의 노란 물결이 주를 이루었지만, 곳곳에는 완전히 익은 붉은 단풍나무 역시 눈에 띄었다.
다만, 서울숲의 대표적인 포토스팟인 별빛정원의 물가 인근은 여전히 여름인 듯 그림 같은 신록의 풍경이 여전했다.
이어지는 가을 단풍길(숲속길)에서는 메타세쿼이아 산책로를 만날 수 있었다. 메타세쿼이아 산책로는 이미 노란 단풍이 물들어 절정을 맞은 상태였다.
절정을 이룬 단풍에 기뻐하는 모습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았다. 심지어 서울숲을 관광하러 온 외국인들조차 감탄을 금치 못했다.
높게 솟은 메타세쿼이아 숲길 아래로는 노란 카펫을 만들어주는 낙엽이 수북했다. 이번 주에 예고된 가을 비를 만나게 된다면, 우수수 낙엽이 떨어져 보지 못하게 될 풍경이었다.
피크닉의 성지답게 평일에 곳곳에 피크닉을 나온 사람들도 심심치 않게 만나볼 수 있었다. 곳곳에는 가을의 마지막 캠크닉(캠핑+피크닉)을 즐기는 이들도 가득했다.
벤치와 데크에 돗자리를 펴고 앉아 따스한 가을 볕을 즐기는 가족과 친구, 연인의 모습은 도저히 11월 중순의 풍경이라고 믿기지 않는 광경이었다.
늦더위로 인해 단풍이 곱지 않다는 이유로 여러 논란을 겪었던 올가을이지만, 늦게나마 절정을 맞은 서울숲에서는 평년과 다른 따뜻한 날씨에 색다른 행복을 맞은 이들로 가득했다.
짧게 스쳐가는 가을이 아닌 따스한 햇볕을 맞으며 거닐 수 있는 나날이 길어진 덕분에 생긴 행복이었다.
시민 누구에게나 무료로 개방되어 있는 서울숲의 단풍 절정은 아쉽게도 이번 주까지만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주 수도권에서 절정인 단풍 명소를 찾고 있다면,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맞이할 수 있는 서울숲에 방문해 볼 것을 적극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