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하나에 볼게 넘치네”… 해발 1708m, 불자·산객 모두 오르게 만드는 절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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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추천 여행지
절·계곡·암봉까지 한 번에 담기는 압도적 풍경
출처 : 연합뉴스, 촬영자 백승렬 (설악산과 신흥사)

불꽃처럼 솟은 암봉이 산 전체를 덮는다. 설악산 정상부를 감싼 바위 능선은 마치 활화산이 멈춘 자리에 그 열기만 남겨 놓은 듯한 위엄을 뿜는다. 계절은 여름이지만, 산은 차갑고 선명한 기운으로 온몸을 감싼다.

무더운 도심을 벗어나 설악을 향한 발걸음은 그 압도적인 풍경 앞에서 절로 멈춰 선다. 나무보다 바위가, 풍경보다 기세가 먼저 다가오는 곳. 바람은 날카롭고 능선은 웅장하다. 가벼운 장면은 없다.

고요하고 단단한 존재감만이 주위를 채운다. 설악은 한눈에 담기지 않는 품격을 지닌 산이다.

그 품 안, 수직의 바위 아래에 자리한 신흥사는 놀라울 만큼 고요하다. 그러나 이곳은 단순한 사찰이 아니다.

출처 : 연합뉴스, 촬영자 백승렬 (신흥사에서 바라본 권금성)

올여름, 자연과 역사, 철학과 분단의 흔적이 함께 얽힌 특별한 공간으로 떠나보자.

108t 청동불상과 보물 331점… 신흥사, 산보다 깊은 감동

“설악산에 이런 절이 있다는 걸 왜 이제 알았을까”

출처 : 연합뉴스, 촬영자 백승렬 (울산바위)

강원도 속초시 설악동 170번지 일대에 자리한 ‘신흥사’는 설악산을 대표하는 중심 사찰이다. 대한불교조계종 제3교구 본사로, 오대산 월정사와 함께 강원도 내 대표 본사 사찰로 꼽힌다.

신라 자장율사가 652년에 창건한 이 절은 원래 ‘향성사’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현재의 위치는 외설악 등산로 초입에 해당하는 비선대 입구 부근이며 설악산의 여러 주요 명소로 향하는 갈림길에 자리하고 있다.

단정한 경내 분위기와 대비되는 것은 일주문을 지나 마주하는 대형 청동불상이다.

‘통일대불’이라 불리는 이 불상은 높이만 14.6미터에 달하며 분단 극복과 평화 통일의 염원을 담아 1987년부터 10년간 조성됐다.

출처 : 연합뉴스, 촬영자 백승렬 (금강굴)

신흥사의 입지적 의미도 크지만, 역사적 가치 또한 뚜렷하다.

한국전쟁 당시 설악산 일대는 군사지역으로 지정돼 민간인의 출입이 통제됐고, 이로 인해 신흥사 역시 큰 피해를 입었다.

전각이 훼손되고 문화재가 도난당한 가운데, 특히 ‘영산회상도’는 66년간 미군에 의해 해외로 반출됐다가 2020년에서야 되돌아왔다.

현재 이 불화를 봉안하기 위한 108 법당이 통일대불 맞은편에 건축 중이며, 법당 완공 후에는 영산회상도가 실외 불상인 통일대불과 시각적으로 마주하는 구조가 될 예정이다.

출처 : 연합뉴스, 촬영자 백승렬 (통일대불 청동좌상)

신흥사는 그 자체로 다양한 문화재를 품고 있다. 극락보전, 목조아미타여래삼존좌상, 목조지장보살삼존상 등 보물급 유산을 포함해 조각, 회화, 석조물, 공예품 등 총 331점의 문화재가 관리되고 있다.

한국의 불교 유산이 단순한 종교재산이 아니라 민족문화의 핵심이라는 사실은 국가 문화재의 70% 이상이 불교 관련 유산이라는 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 사찰이 단순한 관광지가 아닌 이유다.

신흥사에서 북쪽으로 더 들어가면 백담사와 봉정암으로 향하는 내설악의 여정이 이어진다. 봉정암은 해발 1,244미터 지점에 위치한 신흥사의 말사로, 설악산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암자다.

적멸보궁으로 지정된 이곳에는 석가모니의 진신사리를 모신 불뇌사리보탑이 봉안돼 있다. 접근 자체가 쉽지 않다.

출처 : 연합뉴스, 촬영자 백승렬 (용아장성, 공룡능선, 동해가 내다보이는 곳에 자리 잡은 봉정암)

백담사에서 약 11킬로미터를 걸어야 하며, 마지막 500미터 구간은 일명 ‘깔딱고개’라 불리는 고난도 오르막길로 구성되어 있다.

이 구간은 두 손과 발을 모두 써야 오를 수 있는 험한 바윗길로, 그만큼 오르는 데 의미를 더한다.

봉정암은 불자뿐 아니라 숙련된 산행자들의 순례지로 통한다. 산길은 수렴동 계곡과 구곡담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데, 이 구간의 물소리와 숲의 적막함은 긴 오르막을 이겨내는 중요한 요소다.

설악산의 수많은 명소 중에서도 봉정암은 단순한 경치 이상의 체험을 제공한다. 천진석가여래상이 자리한 이 암자는 그 고도만큼이나 사람들에게 깊은 내면의 성찰을 불러일으키는 장소로 알려져 있다.

출처 : 연합뉴스, 촬영자 백승렬 (적멸보공에서 바라본 불뇌사리보탑)

한편 외설악 지역에서는 울산바위와 천불동 계곡, 권금성, 금강굴 등도 빼놓을 수 없는 경승지다. 울산바위는 단일 화강암 봉우리로 구성된 여섯 개의 암봉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정상을 오르면 동해안까지 조망이 가능하다.

고려시대 산성이 있던 권금성 정상 역시 설악산 동쪽을 대표하는 뷰포인트 중 하나다.

특히 천불동 계곡은 수많은 바위와 폭포, 깊은 숲이 조화를 이루며 사계절 내내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여름철에는 녹음이 짙고 바람이 서늘해 산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설악산은 단지 남한에서 가장 높은 백두대간 연봉이라는 수치로 설명되지 않는다.

출처 : 연합뉴스, 촬영자 백승렬 (적멸보궁에서 바라본 천진석가여래상)

그 안에 깃든 자연, 사찰, 문화, 역사, 사람들의 발걸음이 겹겹이 쌓여 깊이를 더한다. 짧은 여행이든 오랜 순례든, 이 산이 주는 인상은 쉽게 휘발되지 않는다.

무언가를 내려놓고 싶거나 찾고 싶을 때, 걸음을 내딛을 만한 산이 있다는 건 분명 축복이다. 설악의 품 안에서 그 의미를 새겨볼 수 있는 한 곳으로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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