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단풍은 어디로 갔을까
급속도로 사라진 가을
올해 가을은 기상 관측 이후로 가장 늦은 절정을 맞이한 가을이었다. 그만큼 단풍에 실망한 이들도 많아졌다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단풍 개화 시기는 10월 후반에서 11월 초반으로 예측되는데, 올해는 11월 초까지도 단풍이 물들지 않아 많은 단풍 명소가 ‘단풍 없는 단풍 축제’를 이어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선명하게 붉고 노랗게 피는 단풍은 쌀쌀한 날씨와 일교차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올해는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뜨거운 여름을 맞이한 만큼 9월 중순까지도 늦더위가 지속되는 해였다.
11월 거리를 나온 서울 시민들의 옷차림도 몇 년 전과 달리 상상도 못할 만큼 가벼워진 상태였다. 심지어 서울숲에서는 반팔을 입고 걸어다니는 외국인도 있었다.
이번 주 서울은 오후 20도, 지난 주에는 오후 23도 넘는 날을 기록했을 만큼 따뜻한 날을 이어나가고 있다.
과연 3년 동안 서울의 날씨는 얼마나 변했을까.
3년 전 서울
2021년 서울의 가을은 지금과 사뭇 다르다. 2021년 서울은 10월 중순에도 기온이 5도로 뚝 떨어져 10월부터 추워진 가을을 맞이했기 때문이다.
3년 전에는 10월부터 출근 길에 손에 핫팩(일회용 손난로)를 들고 출근하는 모습이나 목에 머플러를 감고 있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2021년 서울의 10월은 16일부터 평균 기온 10도 이하로 내려가는 날이 많았으며, 평균 기온은 15도를 넘지 않았다. 11월 중순에도 평균 기온 15도가 넘는 올해와는 사뭇 다른 상황이다.
2021년에 10월 중순부터 이어졌던 쌀쌀한 가을 날씨가 2024년에는 11월 15일이 넘은 다음 주에나 예측되는 상황이다.
가을의 추위가 대략 1달 지체된 것이다. 곳곳에서 단풍이 지각했다는 소식이 들려오는 건 당연한 결과일 수 밖에 없다.
단풍 대신 봄꽃이 피는 가을
따뜻한 가을이 가져오는 변화는 11월 중순에 가벼운 차림으로 뛰어노는 아이들의 옷차림 뿐만 아니라 자연의 변화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다.
2024년의 가을에는 날씨를 착각한 벚나무들이 시기에 맞지 않은 개화를 시작하는 이상 현상까지 발견할 수 있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이런 현상이 가속화 될 거라 예측한다. “벚꽃 개화는 더욱 빨라지고 가을 단풍은 늦어지거나 옅어진다”는 말이 공통된 의견이다.
또한, “가을이 점차 무더워지면서 나무의 추위 내성이 약해지고 생장에 지장이 갈 것”이라며 염려를 나타내는 상황이다.
자연의 변화가 뚜렷해진 만큼 앞으로는 예전처럼 선명한 단풍을 보기에 점점 어려울 수 있으니, 현재 보이는 단풍을 소중히 해야할 지도 모른다.
어제 아침 아산 은행 나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