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관람객 500만 시대
‘K-뮷즈’로 세계인의 마음까지 사로잡다

“루브르 박물관에 가도 중국산 기념품이 많고, 마치 알리익스프레스에서 팔 것 같은 느낌이 들죠. 그런데 여긴 정말 달라요. 하나하나가 특별해요.”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의 기념품 매장에서 만난 네덜란드인 톰 씨는 연신 감탄을 쏟아냈다.
미국에서 온 관광객 제니퍼 씨도 “유럽과 미국의 유명 박물관을 다 다녀봤지만, 이렇게 개성 있는 기념품은 처음”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K-드라마, K-팝, K-푸드에 이어 박물관 굿즈까지 세계인의 손에 들리는 시대, 이들은 ‘K-뮷즈’라 불리는 국립중앙박물관의 기념품에 푹 빠져 있었다.

이 박물관은 올해 들어 누적 관람객 수가 510만 명을 돌파하며 개관 이래 최대 기록을 세웠다. 하루 평균 약 1만 7천 명이 찾을 정도로 북적이는 이곳은 관람 규모로만 따지면 전 세계 박물관 순위에서 5위권에 해당한다.
그만큼 국내외에서 주목받는 문화 명소로 자리 잡았다는 의미다. 하지만 흥미로운 점은 전체 관람객 중 외국인의 비율이 아직 4% 미만이라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념품 매장만큼은 외국인 방문객의 반응이 유독 뜨겁다. 이는 한국적 개성과 현대적 디자인을 결합한 뮷즈 제품의 차별성 덕분이다.
조선시대 그림 속 선비가 술을 마시면 얼굴이 붉어지는 ‘취객 선비 변색잔’은 단일 품목으로만 연간 15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BTS RM이 소장한 ‘반가사유상 미니어처’, 최근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흥행과 함께 품절 대란이 이어지는 ‘까치호랑이 배지’ 등은 이미 ‘한국에 오면 꼭 사야 할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이 모든 상품은 100% 국내 제작으로, 유물의 역사성과 디자인 고증까지 꼼꼼하게 반영된다.
유물에서 굿즈로, 문화에서 소비로… 박물관이 바꿔놓은 여행의 풍경
K-뮷즈의 인기 뒤에는 박물관의 철학도 자리한다.

국립박물관문화재단은 매년 국내 제조 기반의 신상품을 공모하며, ‘최종 제조국이 반드시 대한민국일 것’이라는 조건을 고수하고 있다.
‘메이드 인 코리아’가 단순한 라벨이 아닌, 제품의 자부심이 되어야 한다는 취지다. 실제 뮷즈 대표 상품 중 하나인 반가사유상 미니어처는 파주에 위치한 3D 프린팅 전문 기업 ‘글룩’에서 전 공정을 국내 기술로 제작하고 있다.
모델링부터 도색, 조립, 포장까지 모두 한국에서 이뤄지며 유물의 섬세한 표정과 주름, 비율까지 정밀하게 재현된다.
이러한 노력은 뮷즈의 해외 반응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관광객들 사이에서 “박물관을 보기 전, 굿즈부터 사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단순한 여행의 기억을 넘어, ‘역사와 유물을 소장한다’는 감각적 경험이 더해진 것이다.

관람뿐 아니라 소비와 문화 향유까지 연결되는 이 공간은 이제 서울을 찾는 여행자에게 단순한 박물관이 아니라 복합문화여행지로 자리 잡고 있다.
루브르나 대영박물관처럼 이름값만 내세우는 공간이 아닌, 한국만의 이야기를 담은 ‘진짜 상품’을 만날 수 있는 곳. 그래서일까, 외국인들이 줄지어 기념품을 사는 풍경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여행 정보: 국립중앙박물관은 어떻게 즐기면 좋을까?
‘국립중앙박물관’은 서울 용산구 서빙고로에 위치해 있으며, 지하철 4호선과 경의중앙선을 이용해 이촌역에서 도보로 약 5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

상설 전시 관람은 무료이며, 수요일과 토요일에는 저녁 9시까지 야간 개장을 한다.
기획 전시는 유료지만 전시 주제가 다양하고 깊이 있어, 시간 여유가 있다면 함께 관람해 볼 만하다.
기념품 매장은 본관 1층에 있으며, 온라인숍도 운영 중이다. 인기가 높은 뮷즈 상품은 빠르게 품절되는 경우가 많아 현장 구매 외에도 온라인 예약을 병행하는 것이 좋다.
특히 반가사유상 미니어처나 까치호랑이 배지 같은 인기 상품은 입고 즉시 품절되기 때문에 미리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박물관의 관람과 함께 고유의 이야기를 담은 ‘한국산 뮷즈’를 기념으로 남긴다면, 그 자체로 하나의 여행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