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그대로 아름다움을 간직한 이끼

흔히 자주 쓰이는 표현으로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다. 이는 고대 로마의 작가 푸블릴리우스 시루스의 명언으로, 근면한 사람은 퇴화되지 않는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이 말은 서양에서 ‘자신의 위치를 자주 바꾸는 사람, 즉 변화와 이동이 많은 사람은 성장할 수 있다’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끼’가 사람의 손을 거치지 못하고 그대로 퇴화되어버린 흔적으로 볼 것인지, 혹은 세월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는 상징으로 볼 것인지에 따라 해석이 완전히 뒤바뀌는 것이다.

이런 해석의 차이에 따라, 암석이나 나무를 뒤덮는 이끼의 존재를 자연에서 생성된 있는 그대로의 아름다움으로 보고 가꾼 정원들이 있다.
보통 ‘이끼원’이라고 불리는 정원들은 이런 이끼를 잘 활용하여, 아름다운 조경을 이룬 정원들이다. 국내 이끼원 명소로는 어떤 곳들이 있는지 알아보자.
당산공원 이끼원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당산로27길 12에 위치한 당산공원에서는 최근 8월 9일에 이끼정원을 개방하여, 시민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공원 내에 있던 기존 연못 주변으로 이끼를 식재한 뒤 수목과의 조화를 이루도록 재조경한 이끼정원에는 도심 속에 휴식이 되어줄 신록이 가득하다.
영등포구에서 이끼정원을 조성하게 된 이유로는 이끼에 탄소 감소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이끼는 미세 먼지와 이탄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배출한다.
이런 이유로, 최근 이끼는 탄소 중립 과제에 있어 전세계적인 주목을 받게 되었다. 당산공원에서는 털깃털이끼, 서리이끼를 만나볼 수 있다.
올 여름에 수도권을 가볍게 산책하면서 눈이 편안하고 숨을 쉬기 좋은 신록의 풍경을 보고 싶다면, 영등포의 당산 공원을 방문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상림공원 이끼원
경상남도 함양군 함양읍 필봉산길 49에 위치한 상림 공원은 신라 시대부터 내려왔던 유서 깊은 숲으로, 홍수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 조림된 국내에서 제일 오래된 인조림이다.

여름의 상림공원은 대게 연꽃 명소로 알려져 있다. 백련, 홍련, 황련, 분홍련 등 다양한 연꽃을 308평의 규모에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림 공원에 자생 이끼 테마로 형성된 ‘이끼원’이 2021년부터 조성되어 있다는 사실은 아직 많은 이들에게 알려지지 않았다.
깃털이끼, 쥐꼬리이끼, 서리이끼, 비단이끼, 솔이끼, 우산이끼, 봉황이끼, 아기등덩굴초롱이끼 등 6개 이상의 이끼 종류를 만나볼 수 있는 상림공원에서는 여름만이 선사하는 초록 풍경으로 힐링을 느끼기에 좋다.
나무의 녹음과 이끼로 뒤덮인 땅에서 아름다운 신록의 조화를 감상하고 싶다면, 함양 상림공원에 방문하여 ‘이끼정원’을 찾아보는 것을 추천한다.
화담숲 이끼원
경기도 광주시 도척면 도척윗로 278-1에 위치한 화담숲은 수도권에서 방문하기에 좋은 숲으로, LG 상록재단에서 운영을 해오고 있다.

양치식물원, 자작나무숲, 추억의 정원, 반딧불이 서식처, 수국원, 소나무 정원 등 다양한 테마원을 만나볼 수 있는 화담숲에서는 이끼원 또한 만나볼 수 있다.
화담숲 이끼원에서는 솔이끼, 서리이끼, 비꼬리이끼 등 30여 종의 다양한 이끼를 만나볼 수 있으며, 귀여운 청솔모들이 이끼로 덮인 정원에 나타나 방문객들을 맞이해주기도 한다.
태고로부터 간직한 자연 원시림의 신비를 느껴볼 수 있는 이끼원은 태초의 지구 환경을 만나는 듯한 신비로운 풍경을 선사한다.
화담숲의 입장료는 성인 기준 11000원이며, 모노레일 탑승권은 별도로 판매된다. 만 65세 이상의 경로자의 이용료는 9000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