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교여도 좋아요”… 역사의 흔적 따라 걷는 조용한 순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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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추천 여행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안성시 ‘미리내성지’)

“한여름에 성지를 찾는 사람이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더위를 피해 실내로만 숨기보다는 조용하고 의미 있는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려는 이들이 늘고 있다.

특히 역사의 자취를 품은 종교 유적지들은 계절과 관계없이 깊은 울림을 준다. 경기도 안성에는 이런 여름 여행지의 고정관념을 바꿔줄 장소가 있다. 휴식과 사색, 한국 천주교의 시작을 상기시키는 이곳은 단순한 성지를 넘어선 문화유산의 공간이다.

무더운 날씨 속에서도 울창한 나무그늘과 넓게 조성된 순례길이 여유로운 산책을 가능하게 한다. 더불어 천천히 둘러보며 조용히 이야기를 마주하기에 적절한 장소들이 성지 곳곳에 마련돼 있다.

관광보다는 성찰과 기록, 인물의 삶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에 가까운 여정이다. 8월, 시원한 바람보다 깊은 울림을 원한다면 한 번쯤 주목해 볼 만하다.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안성시 ‘미리내성지’)

경기도 안성시 양성면 미리내성지로 420에 위치한 ‘미리내 성지’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자.

미리내 성지

“천주교 103위 기념 대성전부터 역사 조형물까지”

출처 : 한국천주교주교회의 미디어부 (바티칸에 설치된 김대건 신부 성상)

‘미리내 성지’는 한국 최초의 사제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의 묘소가 있는 천주교 성지로, 1830년대 천주교 박해를 피해 신자들이 형성한 교우촌에서 유래했다.

‘미리내’는 은하수를 뜻하는 순우리말로, 과거 밤이면 집집마다 켜진 불빛이 달빛 아래 냇물에 반사되어 마치 은하수처럼 보였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김대건 신부의 유해는 순교 후 40일이 지나서야 신자였던 이민식 빈첸시오가 몰래 수습해 미리내까지 등에 지고 와서 장사 지냈다고 전해진다. 지금도 성지에는 김 신부의 묘소와 함께 그의 어머니 우르술라, 페레올 주교, 이민식 신도의 묘가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미리내 성지의 본격적인 성역화는 1972년에 시작되었고, 1989년에는 천주교 103위 순교 성인을 기리는 대성전이 완공됐다. 성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보이는 건 이 대성전이며, 그 뒤로는 청동 조각 15점이 배치된 십자가의 길이 이어진다.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안성시 ‘미리내성지’)

십자가의 길은 예수가 로마 병사에게 붙잡혀 고통받고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조각 작품들로 구성돼 있다.

김대건 신부의 하악골이 안치된 미리내 성당과 그의 동상, 성모 성당, 바위를 그대로 활용한 기도 공간인 겟세마네 동산 등도 성지 내부에 함께 조성돼 있어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둘러볼 수 있다.

전체 성지 관람에는 약 2~3시간이 소요되며 방문객들은 종교적 신념과 관계없이 역사적 인물과 그 삶의 배경을 조용히 체험할 수 있다. 과거 조정에서 장례조차 금지했던 상황 속에서 이민식 신도가 김 신부의 시신을 몰래 운구한 일화는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

미리내 성지는 초기 천주교 선교지역 중 하나로서 안성을 포함해 광주, 시흥, 양평, 화성 등 인근 지역과 함께 천주교 역사에서 중요한 축을 이루고 있다. 본당이 설치된 1896년에는 이미 1,600여 명의 신자가 있었고, 이는 당시 지역 내 종교 공동체의 규모를 보여주는 기록이기도 하다.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안성시 ‘미리내성지’)

미리내 성지는 입장료가 없으며 주차장도 무료로 이용 가능하다. 성지는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개방되며 평일 미사는 오전 11시 30분, 주일 미사는 오전 11시와 오후 2시에 진행된다.

특별한 준비 없이도 조용히 방문해 순례길을 걸어볼 수 있는 공간으로, 혼자 또는 가족 단위로도 무리 없는 일정 구성이 가능하다. 역사와 신앙, 인물의 삶을 직접 마주할 수 있는 미리내 성지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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