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추천 여행지

10월, 해발 1천 미터가 넘는 산 정상에선 나무보다 억새가 더 높게 자란다. 바람 한 줄기에도 은빛 물결이 일렁이는 이곳은 가을의 시작을 가장 먼저 알리는 장소 중 하나다.
흔히 단풍을 떠올리기 쉬운 가을 산행이지만, 이곳에서는 색이 아니라 결이 주인공이다. 산 정상에서 사방으로 펼쳐진 억새 군락지는 길 아닌 곳에선 발조차 제대로 내딛기 어려울 만큼 촘촘하다.
이름처럼 민둥한 산꼭대기에 억새만 무성하게 피어 있는 이 장면은 다른 계절에서는 결코 만날 수 없는 10월 한정의 풍경이다. 한편, 이 산은 억새 외에도 흥미로운 지질 구조를 지니고 있다.
땅이 움푹 꺼진 곳이 곳곳에 나타나는 이색적인 풍경은 카르스트 지형의 전형적인 특징이다.

다가올 가을, 억새로 계절을 실감할 수 있는 이색 산행지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자.
민둥산
“정비된 등산로 따라 억새 군락 오르는 완만한 고지 트레킹 코스”

강원특별자치도 정선군 남면 무릉리에 위치한 ‘민둥산’은 해발 1,118.8미터의 고도로, 가을 억새 산행지로 알려져 있다.
산 전체가 억새로 뒤덮여 있어 ‘억새산’이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이며 10월이면 억새꽃이 절정을 이루어 많은 등산객이 몰린다.
산 7부 능선까지는 잡목과 관목이 울창하게 분포되어 있지만, 정상 부근은 이름처럼 나무가 거의 자라지 않는다. 덕분에 시야를 가리는 요소 없이 억새밭과 하늘, 산 능선이 맞닿은 탁 트인 조망을 경험할 수 있다.
민둥산의 지형은 억새 외에도 석회암 지대 특유의 함몰지형이 특징적이다. 이곳에 분포하는 암석은 얕은 바다에서 퇴적된 석회암으로, 빗물에 쉽게 녹아내리는 성질을 갖고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암석 표면이 움푹 파이게 되는데, 학계에서는 이러한 함몰지를 ‘돌리네(doline)’라 부른다. 이러한 카르스트 지형은 민둥산을 단순한 산행지가 아닌 지질학적 학습 장소로도 가치 있게 만든다.
등산로는 전체적으로 완만한 경사를 이루고 있어 초보자도 큰 부담 없이 오를 수 있다.
억새 군락지 대부분은 정비된 등산로를 따라 조성돼 있어 동선이 명확하며 일부 구간은 억새가 한길 이상 자라 인위적인 길 외에는 통행이 어려운 정도로 밀도 있게 자란다. 이처럼 높은 고도에서 자라는 대규모 억새 군락은 전국적으로도 드물어 민둥산만의 독자적인 풍경을 형성한다.
특히 철도와 연계된 교통 접근성도 민둥산 산행의 강점 중 하나다. 인근에는 기차역이 위치해 있어 대중교통 이용이 비교적 용이하며 계절에 따라 관광열차가 운행되기도 한다. 계곡이나 숲길보다 능선을 따라 걷는 산행을 선호하는 이들에게는 최적의 코스로 손꼽힌다.

민둥산은 연중무휴로 개방되며 입장료와 주차비는 없다. 별도의 관리소가 설치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입산 제한 시간은 없으나, 일몰 후 하산 시 안전에 주의가 필요하다.
억새가 절정을 이루는 시기는 10월 중순부터 하순까지로, 이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 관람의 핵심이다.
억새가 주인공인 가을, 무료로 즐길 수 있는 고지대 산책로 민둥산으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