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쉐린 별점의 그림자
파인다이닝의 갈등

미쉐린 가이드는 세계적인 미식 평가 안내서로, 별점을 받은 식당들에게 큰 영예를 안겨주지만, 최근 몇몇 식당에서는 이 별을 자진 반납하거나 미쉐린의 평가를 꺼리는 분위기가 일고 있다.
그동안 미쉐린 별을 받는 것은 파인다이닝을 하는 고급 식당들의 최고의 목표였지만, 최근 몇몇 셰프들은 미쉐린 별점의 부담과 그로 인한 변화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내비치고 있다.
이탈리아 루카에 있는 레스토랑 ‘질리오’는 지난해 10월, 미쉐린 측에 자신들의 별을 삭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레스토랑의 공동 소유주인 베네데토 룰로는 “미쉐린 별을 받았다고 해서 고객들이 고급스러움과 기교를 기대하며, 보다 격식 있는 분위기를 요구하게 된다.”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또한, “우리는 누구나 편하게 찾을 수 있는 식당을 추구한다”며 이 별이 오히려 부담이 되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티셔츠와 샌들 차림으로도 고급 레스토랑에 갈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사례로는 프랑스 셰프 마르크 베라가 있다. 그는 자신의 레스토랑에 대해 미쉐린 비평가들의 출입을 금지하기로 했다. 이를 두고 미쉐린 별을 받음으로써 발생하는 과중한 압박감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011년, 영국 런던의 레스토랑 ‘피터샴 너서리’ 셰프였던 스카이 긴겔도 미쉐린의 별점이 저주처럼 느껴졌다고 고백했다.

그는 “미쉐린 별을 받으면서 일이 너무 많아졌고, 고객들의 기대에 부응하려다 보니 나의 캐주얼한 스타일을 잃게 되었다”며 후회를 드러냈다.
이처럼 미쉐린 별점을 받으면 지속적으로 그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는 강한 압박이 셰프들 사이에서 불만을 초래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쉐린 가이드는 최근 변화의 물결을 타고 신세대 미식가와 인플루언서의 목소리를 반영하며, ‘그린 스타’와 같은 새로운 평가 기준을 도입하기도 했다.
미쉐린의 최근 비즈니스 모델 변화도 문제로 지적된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 미쉐린은 수익성 문제로 인해 한국, 미국, 중국 등의 관광청으로부터 돈을 받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미쉐린의 평가가 과연 객관적인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으며, 음식 비평가 앤디 헤일러는 “미쉐린이 관광청에서 돈을 받고도 ‘모든 식당이 형편없다’라고 말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비판했다.
미쉐린 측은 이러한 비판에 대해 “레스토랑 선정과 별점 부여 과정은 여전히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후원은 별개의 팀에서 담당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미쉐린 가이드가 과거처럼 절대적인 권위와 신뢰를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
한편, 미쉐린 가이드의 역사적 배경을 살펴보면, 그 시작은 사실 타이어 회사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이 놀랍다.

1889년, 미쉐린 타이어는 자동차 여행을 장려하기 위해 여행 가이드북을 발행했으며, 시간이 지나면서 식당에 대한 평가도 포함되었고, 지금의 미쉐린 가이드로 발전했다.
미쉐린 가이드의 별점 시스템은 1920년대 초반에 도입되어 오늘날까지 미식의 기준으로 자리잡았다.
미쉐린 가이드는 이제 단순한 식당 안내서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으나 셰프들에게는 명예와 동시에 큰 책임을 안겨주는 존재가 되었고, 그 과정에서 미쉐린 가이드의 신뢰성과 객관성에 대한 논란도 커져가고 있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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