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자리 잡은 고려인마을
‘고려인'(高麗人)은 러시아를 비롯한 구 소련 국가에 주로 거주하면서 러시아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한민족 동포를 말한다.
고려인들 대부분은 현지에 거주하고 있지만 일부는 고향에 해당하는 구 소련권을 벗어나 유럽, 캐나다, 한국에까지 이주해 살고 있다.
같은 한반도에 살던 한국인이 먼 이국의 땅에 자리 잡게 된 배경에는 역사적인 이유가 있다. 바로 19세기부터 연해주 지역으로 이주한 조선인들이 그 기원이다.
일제강점기의 수탈과 6•25 한국전쟁을 피해 더 나은 낙원을 찾아 떠난 사람들, 독립운동을 위해 거주지를 옮긴 사람들, 상인으로 활동하며 넘어갔다가 귀국하지 못하고 남게 된 사람들 등 그 양상은 매우 다양하다.
그러던 중 1937년 소련의 극동 지역에 거주하고 있던 고려인 약 172,000명이 스탈린의 명령으로 인하여 중앙아시아 지역으로 강제적으로 이주된 ‘고려인 강제이주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무력했던 국가로 인해 역사적으로, 또 한 개인으로서 흔들리는 삶을 살아야 했으나 그들은 스스로를 ‘고려사람'(Корё-сарам : 코료 사람)이라고 부르며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광주광역시 고려인 마을
광주광역시 광산구 산정공원로 50번 길 29 (월곡동)에는 약 7천 명의 고려인이 거주하는 ‘광주 고려인마을’이 있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살 곳을 잃은 고려인들 중 일부가 이곳으로 이주해 살고 있으며 마을에는 주민지원센터, 지역아동센터, 교회 등이 있다.
한편, 해당 마을은 고려인의 역사•문화•음식 등을 주제로 한 체험프로그램을 열어 가족 단위 관광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주요 체험으로는 이주 당시 한국식 김치의 주 재료를 구할 수 없어 당근으로 재현한 ‘당근김치'(마르코프차) 만들기, 러시아의 대표적인 인형 ‘마트료시카’ 만들기, 중앙아시아 의상 입어보기 등이 있다. 특히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러시아식 꼬치구이 ‘샤쉴리크’가 인기다.
그 외에도 고려인 문화관과 특화거리, 홍범도 공원, 둘레길, 문빅토르미술관 등이 있어 고려인의 역사를 알 수 있는 볼거리가 풍부하다.
한국어 서툰 고려인마을 동포들 ‘러시아어’ 재난문자 받는다
국내에 거주하는 고려인 동포들에게 희소식이 생겼다. 바로 그들의 휴대전화에 러시아어로 번역한 재난문자를 받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한국어가 서툴러서 그동안 재난문자 내용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던 고려인 동포의 어려움이 사라지게 되었다.
조상이 대대로 살았던 땅이지만, 한국어로만 전파되는 재난문자는 한국에서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고려인에게 또 하나의 장벽이었을 것이다.
고려인 동포들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러시아어로 재난문자를 보내주는 광주 고려인마을에 감사하다”며 “장마, 태풍 등의 자연재해가 또 올 텐데 한국말을 잘 모르는 교포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길 희망한다”라고 전했다.
GBS고려방송은 국내에 거주하는 모든 러시아어 사용자를 대상으로 재난문자 수신 희망자를 모집하고 있다. 고려인종합지원센터 방문 또는 전화 통화로 신청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