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1월 추천 여행지

죽음을 각오한 7만 명이 끝내 무너진 성벽 위에 남긴 것은 침묵이 아닌 충절이었다.
430여 년 전, 임진왜란 당시 두 차례에 걸쳐 격전이 벌어졌던 진주성은 피로 물든 전장이자 지금까지도 ‘의로운 희생’을 기억하게 하는 상징적 장소다.
그 처절한 전투의 흔적이 남아 있는 성곽은 가을이면 또 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서늘한 바람이 돌담을 타고 흐르고, 붉게 물든 나뭇잎이 성 안 골목마다 내려앉는다.
성벽 너머로 보이는 남강은 여전히 조용하고, 논개의 투신을 기억하는 촉석루는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킨다. 진주성은 단순한 옛 성이 아니다. 충절의 역사와 가을의 정취가 겹겹이 쌓인 지금이 가장 아름다운 유적지다.

한국관광 100선에 이름을 올린 진주성으로 늦가을 매력을 느끼러 떠나보자.
진주성
“무료 해설 운영 중… 걷기 무리 없는 평지 동선으로 인기”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626에 위치한 ‘진주성’은 삼국 시대에는 ‘거열성’, 고려 시대에는 ‘촉석성’으로 불렸던 오래된 성곽이다.
조선 시대에 이르러 ‘진주성’이라는 이름이 붙었으며 석축된 성곽의 둘레는 약 1,760미터, 높이는 5~8미터에 달한다.
성 내부에는 우물과 샘이 각각 세 곳씩 존재하고, 군사 물자를 저장하던 군창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동국여지승람에 기록된 바에 따르면, 이 성은 원래의 축조 시기를 알 수 없으나, 고려 우왕 5년인 1379년 당시 진주목사였던 김중광의 지휘로 석축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이는 왜구의 끊임없는 침입에 대비하기 위한 방어 목적이었다.

진주성은 조선 선조 25년, 임진왜란이 발발하자 전략적 요충지로 떠올랐다. 특히 1592년에 벌어진 제1차 진주성 전투에서는 김시민 장군이 3,800명의 군사로 2만 명에 가까운 왜군을 막아내는 데 성공했다.
이 전투로 인해 호남 지역의 곡창지대를 지켜낼 수 있었고, 이는 임진왜란 3대첩 중 하나로 기록됐다. 그러나 이듬해인 1593년, 제2차 전투에서는 상황이 달랐다.
민·관·군 7만여 명이 10만 명의 왜군에 맞서 싸웠지만 11일간의 전투 끝에 전원이 전사했고, 이때 기생 논개가 적장을 안고 남강으로 투신하며 충절을 다한 이야기는 지금까지도 전해지고 있다.
현재의 진주성은 단순한 역사 유적을 넘어, 복합적인 문화공간으로 기능하고 있다.

성 안에는 논개의 의기를 기리는 의기사를 비롯해 김시민 장군의 전적비가 세워진 김시민 전성각적비, 장군이 군을 지휘하던 서장대와 북장대, 순국한 병사들을 기리는 창열사, 국립진주박물관과 호국사, 야외공연장까지 갖추고 있다.
특히 촉석루는 논개가 몸을 던진 남강을 내려다보는 누각으로, 진주성에서 가장 상징적인 장소로 꼽힌다.
지금 이 계절, 단풍으로 붉게 물든 촉석루에서 바라보는 강과 성벽은 전장의 비극과 함께 남은 평온을 느끼게 한다.
진주성은 연중무휴로 운영되며 하절기인 3월부터 10월까지는 오전 5시부터 오후 11시까지, 동절기인 11월부터 2월까지는 오전 5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입장할 수 있다.

입장료는 일반 2,000원, 청소년과 군인은 1,000원, 어린이는 600원이며 차량을 이용하는 방문객은 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다.
짧아지는 가을 햇살 아래, 역사와 계절의 깊이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진주성으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