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1월 추천 여행지

가을이 깊어지는 지금, 산은 점점 색을 덜어낸다. 하지만 잿빛이 아닌 은빛으로 채워진다. 단풍이 내려앉는 산이 아니라 억새가 뒤덮은 능선이다.
숲이 아닌 바람을 품은 벌판이며 나무보다 가늘고 가볍지만 결코 단순하지 않은 풍경이다. 강한 바람에 잎이 날리는 대신, 억새는 흔들리며 가을의 결을 보여준다.
최근 내린 비로 억새의 밀도는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그 은빛 결은 산 위를 따라 번지고 있다. 전성기는 아직 오지 않았고 오히려 다음 주쯤이 관람의 적기라는 평가다.
흔한 단풍길이 지루해진 이들에게 은빛 억새 능선을 따라 걸어볼 것을 권한다.

이번 10~11월 꼭 가야 하는 ‘2025 민둥산 은빛억새축제’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자.
2025 민둥산 은빛억새축제
“완만한 경사와 정비된 탐방로, 가족 단위도 무리 없다”

강원도 정선군 남면 무릉리 784-7 민둥산 운동장에서 지난 10월 2일 개막해 오는 11월 10일까지 진행되는 ‘2025 민둥산 은빛억새축제’.
전국에서 손꼽히는 억새 명소 중 하나로 꼽히는 민둥산에는 해발 약 1,118m의 비교적 완만한 능선 지형을 따라 억새 군락지가 형성돼 있다.
억새가 만들어내는 장면은 해가 기울 무렵 특히 돋보이며 햇살과 바람의 각도에 따라 전혀 다른 질감으로 다가온다. 축제 기간에는 별도의 입장료 없이 개방돼, 누구나 자유롭게 억새 능선을 오를 수 있다.
민둥산은 울창한 수목보다 억새와 나지막한 풀들이 중심을 이루는 산이다. 그 덕에 등산로에서 정상까지 시야가 탁 트여 있고, 어디에서든 은빛 억새를 감상할 수 있다.

등산 초입은 민둥산 운동장에서 시작되며 완만한 경사와 정비된 탐방로로 가족 단위 관람객도 무리 없이 접근 가능하다.
축제 기간 동안 현장에는 억새 조형물, 포토존, 임시 휴게공간이 마련돼 있으며 산 아래 운동장 부근에서는 간단한 지역 먹거리와 기념품도 판매된다.
특별한 공연이나 대규모 무대 행사는 없지만, 이 축제의 중심은 철저히 자연 그대로의 억새에 맞춰져 있다. 인위적인 구조물이 없기 때문에 방문객은 민둥산의 계절 변화 자체를 온전히 감상하게 된다.
걷는 속도에 따라 머무는 풍경이 달라지고, 억새의 밀도도 능선에 따라 다르게 펼쳐진다. 은빛 억새 사이로 열리는 길은 바람에 따라 끊임없이 모양을 바꾸고, 이 시간의 흐름은 산 위에서만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연이은 강우의 영향으로 억새가 평소보다 풍성하지는 않다. 하지만 전체적인 생육 상태는 양호하며 축제의 주요 시기인 10월 말부터 11월 초에 억새 절정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일주일 후쯤 방문하는 일정이 권장된다. 특히 해질 무렵 능선 위에서 바라보는 억새밭은 가장 빛나는 시간대다.
촬영 목적의 방문이라면 오후 4시 이후 도착이 적절하다. 해발이 높고 기온 차가 심한 편이므로 가벼운 외투는 필수다.
가을의 결을 가장 자연스럽게 마주할 수 있는 억새 능선으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