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어진 단풍, 이상기후의 경고
일본도 예외 아니었다
관측 이래 가장 늦은 첫 눈
올해 가을, 한국의 단풍이 유난히 늦어지며 이상기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단풍으로 유명한 내장산과 북한산에서 기록된 올해 단풍은 각각 11일, 8일이 늦게 물들었다.
이는 단풍이 관측되기 시작한 이래 가장 늦은 기록 중 하나로, 전문가들은 예년보다 더웠던 늦더위와 폭염이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단풍의 지연은 엽록소 분해가 더딘 탓으로, 이는 일정한 기온 강하가 없을 때 발생한다. 문제는 단순히 올해의 특이 현상이 아니라, 기후 변화로 인해 늦은 단풍이 점차 ‘뉴노멀’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이런 이상기후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일본 역시 올해 유난히 더운 가을을 보냈다. 9월 말 도쿄의 기온이 35도를 넘어서며, 1942년 이후 가장 늦은 폭염 기록을 세웠다.
후쿠오카 지역에서는 폭염 일수가 60일을 초과하며 전국 최장 기록을 경신했다. 뿐만 아니라 게릴라성 폭우와 태풍의 영향으로 도시 곳곳이 침수되며 기상이변이 빈번하게 관측됐다. 일본 역시 늦더위로 몸살을 앓고 있는 모습이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더욱 주목할 만한 사례는 일본 후지산의 첫눈 관측이다. 올해 후지산 첫눈은 11월 7일에야 공식 확인되었는데, 이는 평년보다 한 달 이상 늦은 기록이다.
기존에 가장 늦었던 첫눈 관측일인 10월 26일(1955년, 2016년)을 크게 웃돌아, 1894년 이후 130년 만에 가장 늦은 첫눈으로 기록됐다.
전문가들은 9월 이후 후지산 정상 부근에서 평년보다 3도 높은 평균기온이 지속된 것이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에 관측된 이러한 이상기후 현상은 아시아 전역에서 기후 변화가 심화되고 있음을 경고한다.
온실가스 배출과 지구온난화가 누적되면서 단풍의 시기가 점차 늦어지고, 계절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
자연 속에서 계절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드는 것은 단순히 기후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일상과 문화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심각한 이슈임을 다시금 되새길 필요가 있다.
이상 기후 현상으로 점점 더워지는 폭염과 급증한 러브버그, 그리고 열사병까지 겪는 것은 점점 당연한 일이 될 지도 모른다.
동시에 단풍과 첫 눈이 점점 늦어지는 현상이 관측되고 있어, 내년의 기온에도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