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 공유 이웃주민 “부끄럽고 칭찬합니다”

뺨을 때리는 바람, 귀를 에이는 추위 속에서도 그는 멈추지 않았다. 장갑도 없이 땅을 파헤치고, 땀으로 젖은 옷차림으로 산속에 묻힌 쓰레기를 하나하나 끄집어내던 모습은 쉽게 지나칠 수 없을 만큼 인상 깊었다.
지나가는 이들은 고개만 돌릴 뿐, 그가 누구인지, 왜 이런 일을 하는지는 관심 두지 않았다.
그런데 이 외국인 남성의 작은 실천이 한 시민의 마음을 움직였고, 그렇게 알려지지 않았던 선행이 세상 밖으로 드러났다.
인천시 부평구 장수산 자락에서 일어난 이 특별한 이야기는 겨울 산보다 더 차가운 우리 사회의 무관심을 되돌아보게 한다.
누구도 시키지 않았고, 그럴 의무도 없었지만 그는 꾸준히 그 일을 해오고 있었다. 영하권 날씨보다 더 뜨겁게 움직였던 한 외국인의 행동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자.
장수산 쓰레기 치운 외국인 화제
“아무도 안 보던 쓰레기, 한 외국인의 손길이 움직였다”
인천 부평구 청천동에 20년째 거주 중인 박모 씨(65)는 지난 17일 아침 장수산을 오르다 뜻밖의 광경을 마주했다.
등산로 초입에서 폐기물이 쌓인 곳에 한 외국인 남성이 무릎을 꿇은 채 묻힌 쓰레기를 꺼내고 있었던 것이다. 바람에 붉게 상기된 얼굴, 숨을 몰아쉬며 쓰레기를 비닐봉지에 담는 손길은 성의 없이 흉내 낼 수 있는 몸짓이 아니었다.
추위에 손이 얼어붙을 법도 한데 그는 묵묵히 작업을 계속했다. 대부분의 등산객들은 그를 스쳐 지나갔지만, 박 씨는 결국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그에게 말을 걸었다.
“왜 이런 일을 혼자 하느냐”는 박 씨의 질문에 남성은 잠시 손을 멈추고 의외로 담담한 대답을 내놓았다. “이렇게 모아두면 친구가 대신 구청에 신고해 줘서 트럭이 와서 수거해 간다”는 설명이었다.
박 씨는 그제야 이 남성이 미국에서 온 외국인으로, 현재 인근 아파트에 거주 중이며 매주 토요일마다 산을 오르며 쓰레기를 치워온 사실을 알게 됐다. 이 일을 생업으로 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저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의 환경이 더러워지는 게 보기 싫었을 뿐이라고 했다.
박 씨는 인터뷰에서 “혹시 환경 관련 일을 하느냐고 물었더니 아니라고 하더라”며 “휴일 아침이면 피곤할 법도 한데, 붉게 물든 얼굴을 보고 부끄러움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단순한 청소가 아니었다. 이 남성은 쓰레기를 꺼내어 산 아래 한쪽에 따로 모아두는 작업까지 하고 있었다. 그의 등산은 곧 환경 정화였다.
이름도, 국적도 묻지 않았지만 그의 행동은 오히려 묵직한 울림으로 남았다.
박 씨는 이후 이 남성과 연락처를 주고받으며 “다음에는 꼭 함께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살면서 산에 무심했던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됐다”며 그는 말끝을 흐렸다.
장수산은 부평구에서 도심 속에 자리한 대표적인 등산지다. 주민들 사이에서 ‘마음의 쉼터’로 불릴 만큼 친숙한 이 산은 사계절 내내 지역민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그러나 많은 인파가 오가는 만큼 쓰레기 투기 문제도 심각하다. 누군가는 등산로 주변에 버려진 페트병과 비닐봉지를 그냥 지나치지만, 이 외국인 남성처럼 그것을 ‘책임’으로 여기는 사람도 있다.
이름 없는 시민의 손길이 장수산을 지키고 있었던 것이다.
차가운 계절 속에서 더 따뜻하게 빛났던 작은 실천, 장수산의 어느 겨울 아침이 오래도록 기억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