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1월 추천 여행지

거대한 나무 앞에 매년 음력 7월 초하루가 되면 마을 사람들이 조용히 모인다. 소박한 제물과 함께 두 손을 모아 기도한다. 이 나무는 단순한 식물이 아니다.
800년 동안 같은 자리를 지켜온 이 나무는 ‘인재를 흡수한다’는 기이한 금기를 안고 있다. 실제로 마을에는 장수하는 어르신이 많지만, 큰 인물이 드물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신앙과 자연이 공존하는 장수동 은행나무는 그래서 더더욱 신비롭다.
황금빛 은행잎의 절정을 아직 앞두고 있는 지금, 푸른 나뭇잎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 속에서 오래된 시간을 마주할 수 있다.

인천의 한적한 마을, 장수동에 자리한 이 오래된 은행나무로 떠나보자.
인천 장수동 은행나무
“11월 중순 절정 앞둔 수도권 은행나무 명소, 서울 도심에서 1시간 내로 즐겨보자!”

인천 남동구 장수동 63-6번지에 위치한 ‘인천 장수동 은행나무’는 수령이 약 800년으로 추정되는 은행나무다. 이 나무는 1962년 천연기념물 제30호로 지정되었으며, 인천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보호수 중 하나로 꼽힌다.
정확한 식재 연대나 유래에 대한 문헌은 남아 있지 않지만, 조선 중기 이전부터 마을 사람들이 ‘영험한 존재’로 여기며 신성시해 왔다.
특히 질병이나 재앙이 돌았을 때마다 이 나무 앞에서 제를 올리는 풍습은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약 200년 전부터는 음력 7월 초하루에 마을 당제로 정착해, 해마다 빠짐없이 열리고 있다.
장수동 은행나무는 외형부터 독특하다. 뿌리목에서 다섯 갈래로 갈라진 줄기가 수직으로 치솟아 올라간다.

일반적인 은행나무와는 달리 가지가 아래로 처져 있어 마치 수양버들을 연상케 하는데, 이는 생물학적으로도 보기 드문 형태로 학술적 가치가 크다.
수형의 균형이 잘 잡혀 있으며 수피 상태도 건강하게 유지되고 있어 생육 상태 또한 안정적이다. 자연적인 아름다움에 더해 지역 고유의 신앙과 결합된 이 나무는 단순한 보호수를 넘어선 민속문화재로서의 의미도 깊다.
마을 사람들 사이에는 이 나무에 대한 금기도 전해진다. 나무의 잎이나 가지를 집으로 가져가면 좋지 않은 일이 생긴다는 믿음이다. 이 나무가 마을의 기운, 특히 인재가 될 사람들의 기운까지 흡수해 버린다는 속설까지 있다.
실제로 마을에 장수하는 사람은 많지만 두각을 나타내는 인물이 적다는 이야기가 세대를 넘어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전설처럼 들릴 수 있지만, 자연과 공동체 문화가 오랜 시간 동안 어떻게 결합되어 전통으로 남게 되었는지를 보여주는 귀중한 사례다.
현재 장수동 은행나무는 누구나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다. 입장료나 운영시간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아 한적한 가을날 산책하듯 들르기에 좋다. 다만 은행잎은 아직 황금빛으로 물들지 않았다.
10월 31일 현재 잎은 여전히 푸른색을 띠고 있으며 노란 은행잎이 나무를 감쌀 시점은 약 1~2주 후로 예상된다.
붉은 단풍이 절정을 넘기는 시점에서, 반짝이는 노란 은행잎 아래로 늦가을의 정취를 느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주차 공간은 인근 도로변과 마을 주변에 마련되어 있으며 별도의 관리소나 출입 절차 없이 자유롭게 나무 주변을 둘러볼 수 있다.
서울 근교에서 복잡한 도심을 잠시 벗어나고 싶다면, 아직 푸른 잎 사이로 역사의 기운이 스며 있는 인천 장수동 은행나무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