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비 분수
또다시 관광객 무질서로 몸살

이탈리아 로마의 대표적인 명소 트레비 분수에서 또다시 관광객들의 무분별한 행동이 문제가 되고 있다.
매년 여름이면 과열된 관광 열기에 취한 방문객들이 트레비 분수로 뛰어들어 벌금을 물거나 출입이 금지되는 일이 반복된다. 그러나 올해는 예년보다 훨씬 이른 시기에 첫 민폐 관광객이 등장했다.
최근 뉴질랜드에서 온 관광객 세 명이 트레비 분수 근처에서 술에 취한 상태로 분수 안으로 들어가려다 경찰에 적발됐다.

이들 중 한 명은 경찰의 제지를 뿌리치고 분수 안으로 뛰어들었으며, 결국 벌금 500유로(약 75만 원)를 부과받고 트레비 분수 출입이 영구 금지되었다.
이는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다. 매년 10여 명 이상의 관광객이 트레비 분수에 발을 담그거나, 심지어 물병을 채우는 행동을 하다 적발되고 있으며, 분수에 쌓인 동전을 훔치려는 이들까지 나타나고 있다.
트레비 분수는 1762년에 완공된 바로크 건축물로, 매년 1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몰리는 로마의 대표적인 명소다.
‘이곳에 동전을 던지면 다시 로마를 방문할 수 있다’는 속설로 인해 하루에도 수많은 동전이 분수 안으로 던져진다.

이렇게 모인 동전은 매년 약 150만 유로(약 22억 원) 규모로, 가톨릭 자선단체에 기부된다.
그러나 일부 관광객들은 이 동전을 훔치거나, 영화 <라 돌체 비타(La Dolce Vita)> 속 장면을 따라 하겠다며 무단으로 분수 안으로 들어가는 등 트레비 분수를 훼손하는 사례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로마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말 트레비 분수 관람 인원을 동시 400명으로 제한하는 조치를 도입했다.
또한 2025년 가톨릭 희년을 앞두고 방문객이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트레비 분수의 입장료 유료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 조치는 단순히 인파를 조절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트레비 분수의 유지 보수 비용을 충당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트레비 분수는 2024년에도 3개월간 보수 공사를 진행하며 약 33만 유로(약 4억 9천만 원)의 비용이 투입되었다.
로마뿐만이 아니다. 세계적인 관광지 곳곳에서 무질서한 관광객들의 행동이 문제가 되고 있다.
파리에서는 노트르담 대성당 앞에서 드론을 무단으로 띄우거나, 일본에서는 후지산 관광객들이 무단으로 제한 구역을 넘어가는 등의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유명 관광지가 다시 개방되고 여행이 활발해진 만큼, 관광객들의 기본적인 시민의식도 함께 요구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