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대·갑사·문화비축기지
봄을 노랗게 물들이는 세 곳의 산책길

봄꽃의 대명사인 벚꽃이 절정을 지나며 하나둘 꽃잎을 떨어뜨리는 이 시기, 시선을 사로잡는 또 하나의 노란 봄꽃이 있다.
바로 황매화다. 흔히 매화라 하면 붉거나 흰 꽃을 떠올리지만, 황매화는 그 중에서도 보기 드문 노란색 꽃잎을 가진 특별한 매화다.
꽃잎이 겹겹이 겹쳐진 죽단화와 달리, 황매화는 단정한 다섯 장의 꽃잎이 빛나는 햇살 아래 금빛처럼 빛난다.

꽃 피는 시기도 4월 중순 무렵으로 벚꽃이 지고 난 뒤의 빈자리를 고요하고도 따뜻하게 채운다.
하지만 황매화 군락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곳은 흔치 않다. 그만큼 귀하고 특별한 꽃이기 때문이다. 도심 속에서도, 사찰과 해안길에서도 노랗게 피어난 황매화를 만날 수 있는 곳이 있다.
봄의 마지막 정취를 노란 빛으로 담고 싶다면 지금이 바로 떠날 시간이다. 황매화로 물든 세 곳의 여행지를 따라 늦봄을 누려보자.
부산 이기대
부산 남구 용호동에 위치한 이기대 도시자연공원은 해안 절벽과 암반이 어우러진 탁 트인 바다 풍경으로 유명하다.

원래 군사작전 지역이었던 이곳은 1993년 개방된 후 시민들의 산책 코스로 큰 사랑을 받아왔다.
이기대에서 장자산으로 이어지는 산책 코스에서는 매년 4월 중순마다 황매화와 철쭉이 피어나 등산객들을 맞이한다.
비록 길지 않고 짧게 이어지는 길이지만, 한가득 피어난 노란 황매화는 봄철의 상쾌한 동반자가 되어준다.
이기대에서 장자산으로 이어지는 산책길은 경관도 뛰어나지만, ‘두 기생의 전설’로도 유명한 이기대는 자연과 이야기가 공존하는 장소로, 봄철 황매화와 함께 걷기 좋은 힐링 코스가 된다.
계룡산 갑사
벚꽃보다 더 귀한 황매화 군락을 만나고 싶다면 공주 계룡산 자락의 갑사를 찾아가보자. 4월 18일부터 20일까지 열리는 ‘2025 갑사 황매화 축제’는 황매화의 절정에 맞춰 진행된다.

축제 기간 동안에는 황매화 소원지 접기, 포토존, 토크콘서트, 무용과 가수 공연 등 다양한 문화행사도 함께 마련된다.
갑사는 통일신라시대 화엄종의 10대 사찰 중 하나로, 오랜 역사를 간직한 고찰이다. 계룡산 북서쪽 자락에 자리 잡아 봄이면 진입로 곳곳이 황매화로 노랗게 물든다.
축제의 마지막 날인 21일에는 작가 김홍정의 계룡산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특별 강연도 열린다.
단풍으로 유명한 사찰이지만, 봄의 노란 꽃과 어우러진 고요한 분위기는 또 다른 아름다움을 전한다.
매봉산 문화비축기지
서울 마포구 매봉산 자락에 위치한 문화비축기지는 과거 석유비축기지였던 공간을 생태문화공원으로 탈바꿈시킨 대표적인 도시재생 사례다.

공원 전체에 남아 있는 다섯 개의 탱크는 공연장, 전시장, 커뮤니티센터로 재구성되어 다양한 문화 행사가 열리고, 봄이면 곳곳에 식재된 황매화와 꽃잔디, 튤립이 시민들의 눈을 사로잡는다.
특히 매봉산 산책길을 따라 오르면 개나리와 벚꽃을 만날 수 있는 숲길과 함께 곳곳에 피어난 노란 황매화가 조용한 봄 산책의 여운을 더해준다.
시민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열린 문화 공간이자 봄날 걷기 좋은 도심 속 정원이다.
서울에서 따스한 4월에 가볍게 등산할 만한 산을 찾고 있다면, 매봉산으로 황매화를 구경하러 가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