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추천 여행지

신라가 북쪽으로 진출하는 전략적 길목에 당시 왕국의 도읍이 자리했다는 사실은 의외다. 지금은 조용한 농촌 지역으로 알려진 이곳이 과거 신라의 중요한 거점이었다는 흔적은 생각보다 또렷하게 남아 있다.
해발이 높지 않은 금성산 능선을 따라 펼쳐진 수백 기의 대형 고분들, 금동관과 은제관식 같은 위세품 출토는 단순한 소국의 흔적으로 보기 어렵다.
특히 고분의 밀집도와 규모, 출토 유물의 품격을 고려하면 이 일대가 고대 정치 중심지였다는 사실은 부정하기 어렵다.
고분과 유적지에 더해 박물관과 전시관, 계절마다 달라지는 꽃단지가 조성돼 단순한 유적 탐방지를 넘어 복합형 문화 관광지로 기능하고 있다.
꽃이 피는 계절이 지난 뒤에도 문화의 깊이를 따라 걸을 수 있는 가을이야말로 이곳을 가장 잘 감상할 수 있는 시기다.
지금부터 고대 국가 조문국의 흔적을 품은 의성 조문국사적지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자.
의성 조문국사적지
“아이들에겐 살아 있는 교과서, 어른들에겐 걷기 좋은 가을길”
경상북도 의성군 금성면 대리리에 위치한 ‘조문국사적지’는 신라 초기 북부 경계 지역의 중요성을 잘 보여주는 문화유산 집적지다.
이곳은 경주에서 한강 유역으로 연결되는 교통로에 해당해 신라 입장에서 전략적 요충지로 간주되었으며 실제로 4세기 후반에서 6세기 중반에 이르는 고분 축조가 집중적으로 이루어졌다.
금성산 능선을 따라 형성된 이 고분군은 현재 행정구역상 대리리, 탑리리, 학미리에 걸쳐 있지만 하나의 문화권으로 분류된다.
이 일대에 분포된 고분은 총 374기 규모로, 전문기관의 발굴 조사 결과 금동관, 금동장식, 은제관식 등 위세품과 함께 의성 양식 토기가 다수 확인되었다.
특히 대리리 2호분에서 출토된 유물과 무덤 구조는 당시 조문국의 매장 풍습과 정치권력의 위계를 파악하는 데 주요한 자료로 평가된다. 이 고분 내부를 복원한 고분전시관은 별도 외부 접근 없이도 당시 장례 문화를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공간이다.
전시관에서는 순장 풍습을 비롯한 고대의 매장 방식이 시각적으로 재현돼 있으며 실제 발굴된 토기와 금속 유물 일부도 함께 전시된다. 출토 유물의 원본은 인근 의성 조문국박물관에 보존돼 있다.
박물관은 이 지역이 단순한 지방 소국이 아닌 독자적 정치체를 갖춘 집단이었음을 설명하는 자료와 콘텐츠로 구성돼 있다. 이러한 역사적 자료를 기반으로 조문국이 오랜 기간 동안 독립된 세력으로 존재했음을 뒷받침한다.
유적지 인근에는 고분군을 활용한 문화 체험 공간도 조성되어 있다. 대표적인 것이 대리리 고분군 내 조성된 작약 단지다. 총면적 4,800제곱미터 규모로, 매년 5월 중순부터 작약꽃이 만개하며 방문객을 맞이한다.
가을철에는 작약이 아닌 계절별 꽃단지로 대체돼 유적과 자연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다. 이처럼 특정 계절에만 국한되지 않고, 연중 볼거리를 제공하는 점은 지역 문화유산과 관광 자원의 결합 사례로도 평가된다.
문화유산 외에도 주변에는 수정사, 금성산 등산로 등이 인접해 있어 걷기 좋은 환경이 조성돼 있다.
고분군 자체가 능선에 위치해 있으나 가파르지 않고 각 지점마다 이정표가 정비돼 있어 가족 단위나 중장년층도 무리 없이 탐방이 가능하다. 자연과 문화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탐방 환경은 역사 교육 목적뿐 아니라 힐링 여행지로서도 기능한다.
의성 조문국사적지는 연중무휴로 개방되며 입장료는 무료다. 탐방은 24시간 가능하지만, 전시관과 박물관은 운영 시간이 정해져 있다. 조문국박물관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되며 입장은 오후 5시 이전에 마쳐야 한다.
전시관과 관리실은 매주 월요일과 1월 1일, 설과 추석 연휴에 휴무한다. 주차 공간 또한 마련되어 있다.
역사와 계절의 변화를 함께 따라가며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이번 9월에는 의성 조문국사적지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