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이 이어진 결항과 지연
전국적으로 쏟아진 폭설로 인해 공항은 사실상 마비 상태에 빠졌다. 지난 11월 27일, 117년 만에 기록된 역대급 폭설은 항공 대란을 불러왔고, 이틀째 이어진 기상 악화로 인해 많은 여행객이 공항과 비행기 안에 고립된 상태에서 극심한 불편을 겪고 있다.
인천국제공항에서는 비행기가 도착했음에도 탑승객들이 하차하지 못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싱가포르발 항공기에 탑승했던 한 승객은 “착륙 후 3시간 30분 동안 기내에 갇혀 있었다”며 공항의 대응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관제탑에 여러 차례 문의했지만 아무 답변을 받지 못했다. 공항이 충분히 대비할 시간이 있었음에도 적절한 준비를 하지 않은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출발 항공편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베트남 다낭으로 향하려던 한 승객은 비행기 안에서 9시간 동안 대기하며, “지연된 것도 답답한데, 차라리 결항됐으면 좋겠다”는 심정을 토로했다.
오사카로 가려던 대학생 김모 씨는 3시간 지연 안내를 받았지만 결국 비행기가 출발하지 않으면서 여행 일정이 완전히 틀어졌다고 전했다.
“항공사에서 별다른 설명도, 보상도 없이 무작정 기다리라고만 한다. 여행 초반부터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을 줄 몰랐다”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항공기 지연은 단순히 시간이 늦춰지는 문제를 넘어 더 큰 혼란을 낳고 있다. 한 중국인 유학생은 폭설로 인해 지연된 리무진 버스 때문에 공항에 늦게 도착했지만, 항공사 직원들에게 도움을 요청했음에도 탑승이 거부되었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결국 24만 원을 추가로 들여 새 항공권을 구매했지만, 놓쳤던 비행기가 여전히 공항에 멈춰 있는 걸 보고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미리 말만 해줬어도 돈을 낭비하지 않았을 텐데 항공사의 무책임한 태도가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혼란은 폭설로 인해 공항 전반의 운영이 큰 타격을 입으면서 벌어졌다. 28일 오전 기준, 인천국제공항에서는 국제선 111편이 취소됐으며, 추가로 31편이 지연되었다.
김포, 제주, 김해 등 전국 주요 공항에서도 결항된 항공편이 속출하며 항공 대란은 전국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일부 공항은 폭설로 인해 지상 장비 운용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항공기 결항과 지연이 연쇄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엑스(X·옛 트위터)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항공사와 공항의 미흡한 대응을 비판하는 글이 속출하고 있다.
누리꾼들은 “세 번이나 지연 안내를 받았는데 결국 결항됐다”며 분노를 터뜨리며, “아무런 설명도 없이 대기만 하라고 한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눈길 때문에 공항까지 오는 데만 몇 시간이 걸렸는데 결국 비행기가 취소되어 돌아가야 했다”며 기약 없는 기다림에 대한 불만을 표출했다.
폭설로 인해 설렘으로 시작했어야 할 여행이 고난으로 변해버렸다. 이번 항공 대란은 공항 운영과 항공사의 대응 방식에 대한 전면적인 점검이 필요함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갑작스러운 폭설과 같은 자연재해는 예측하기 어렵지만, 그에 따른 철저한 대비는 불가피하다. 여행객들에게 이번 사건은 겨울 폭설이 남긴 혹독한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