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동해안, ‘폭염 피난처’로 각광

강원 동해시 망상해수욕장 일대는 수도권과 다른 여름을 보내고 있다. 뙤약볕이 내리쬐는 오후 한낮, 모래사장 위 파라솔 아래 앉은 피서객들 표정엔 여유가 담겨 있다.
서울과 경기 일부 지역에서 40도를 넘긴 이례적인 폭염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동해안 일대는 10도 이상 낮은 기온으로 여름철 대피처가 되고 있다.
뜨거운 도시를 피해 피서를 떠나는 것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이동에 가까운 ‘폭염 피난’이란 표현도 낯설지 않다.
실제로 도심의 에어컨 바람보다 자연의 바닷바람이 더 실감 나는 냉방 효과를 주면서 동해안 해수욕장과 숲길로 피서객이 몰리는 중이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동해안 전체는 열돔 현상으로 숨 쉬기조차 어려웠지만, 바람의 방향이 바뀌자 상황이 반전됐다.
서울은 40도 폭염, 강릉은 선선한 해풍이라는 극명한 대비가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 자연의 미세한 변화가 체감 기온과 인파까지 뒤흔든 셈이다.
여름철 해수욕장을 향한 이동이 단순한 피서 목적을 넘어 기후 회피성 여행의 성격을 띠고 있는 이유다. 지금, 기상 조건까지 관광 흐름을 바꾸는 동해안으로 떠나보자.
강릉·동해 해수욕장, 수도권 탈출한 피서객으로 붐벼
“서울은 숨도 못 쉬겠던데 여긴 선선하네요!”

강원특별자치도 동해시 망상동에 조성된 ‘망상해수욕장’은 7월 들어 ‘폭염 피난처’로 불리며 수도권 피서객의 관심을 끌고 있다.
서울은 물론 경기 광명과 파주 등 일부 지역이 연일 40도에 가까운 기온을 기록하는 가운데, 동해시는 이보다 10도 이상 낮은 28도 안팎의 기온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기상 현상인 ‘푄 효과’에 따른 것으로, 바다에서 불어오는 동풍이 태백산맥을 넘으면서 뜨거운 바람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수도권의 고온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반면 바다를 접하고 있는 동해안은 이 바람의 진입로에서 벗어나 자연 냉방 효과를 누리는 구조다.

이날 오후 망상해수욕장은 피서객으로 북적였고, 특히 파라솔 아래나 나무 그늘 밑 자리는 일찌감치 자리를 잡은 사람들로 가득 찼다. 강릉 ‘송정해변’의 소나무 숲도 상황은 비슷했다.
나무 그늘이 만들어주는 자연형 차양막과 바다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해풍 덕분에 체감 온도는 실제보다 훨씬 낮았다. 송정 솔밭에는 지역 주민은 물론 관광객, 가족 단위 캠핑족까지 다양하게 몰렸다.
강릉 교동 등 도심은 무더위로 한산했지만 해변은 오히려 성수기 주말 이상으로 붐비는 모습이었다.
여름철 대표 산악 피서지로 알려진 ‘대관령’과 ‘강릉 안반데기’ 등 고지대도 주목받고 있다. 해발 800미터를 넘는 이 지역은 고도가 높아 상대적으로 기온이 낮고, 바람이 끊임없이 불어 피서지로 각광받는다.

특히 캠핑카 이용자나 승합차를 개조한 차박 여행객들은 아예 해가 지기 전부터 자리를 잡고 머무르며 야간 기온이 내려가는 시간대를 노리는 모습이다.
강릉행 KTX의 주요 시간대 좌석은 이미 매진되기 시작했고, 동해안 숙박 예약률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기상청은 당분간 수도권 지역의 고온 현상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보한 가운데, 피서객의 ‘기후 회피성 여행’ 수요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일시적인 동풍이 만들어낸 여름철 기온 역전 현상이 동해안을 예기치 않은 여름 휴가지로 만들고 있다. 지금, 자연이 만든 시차를 따라 동해안의 바닷바람을 마주할 수 있는 순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