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1월 추천 여행지

가을이 깊어지기 전, 은행나무 명소를 찾는 사람들의 발걸음은 보통 유명 관광지로 향한다. 하지만 그 틈을 비집고 한적한 마을에 자리한 오래된 나무 한 그루가 눈길을 끈다.
경상남도의 작은 마을 끝자락에 자리한 이 나무는 수령 800년에 가까운 생명력을 간직한 존재다. 평범한 나무로 보이지만 마을 사람들은 오랜 시간 이 나무를 신목처럼 여겨왔다.
실제로 이 나무로 인해 마을의 이름이 바뀌었고, 전해 내려오는 풍수 이야기도 존재한다. 이름난 관광지는 아니지만 그만큼 조용하고 정제된 분위기에서 가을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장소다.
특히 다음 달 초에는 나무 전체가 황금빛으로 물들 것으로 보여 지금이 오히려 방문 계획을 세우기에 적절한 시점이다.

사람들의 관심에서 조금 비켜났지만 생물학적·문화적 가치가 큰 나무, 그 정적인 풍경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자.
함양 운곡리 은행나무
“전설 따라가는 천연기념물, 11월 초 단풍 절정 앞두고 주목”

경남 함양군 서하면 운곡리 779번지에 위치한 ‘운곡리 은행나무’는 마을 어귀에 우뚝 서 있는 보호수로, 수령은 약 800년으로 추정된다. 높이는 31.2미터이며, 가슴높이 기준 줄기 둘레는 9.0미터다.
지상 1미터 지점에서 두 갈래로 갈라진 줄기는 3미터 높이에서 다시 하나로 합쳐졌다가 다시 5미터 부근에서 다섯 갈래로 나뉜다.
독특한 생장 형태로 인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형태적 특징이 뚜렷한 고목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생물학적 보존가치 또한 높다.
이 나무는 단순히 오래된 식물이 아니라 마을의 역사와 정체성을 상징하는 존재다. 운곡리 마을이 형성될 무렵 심어진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 은행나무로 인해 마을을 ‘은행정’ 또는 ‘은행마을’로 부르기도 한다.

마을 주민들 사이에서는 이 나무 앞을 예 없이 지나치면 재앙이 닥친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민담이 아닌 오랜 신앙적 행위와도 연결된다.
풍수지리적으로는 마을의 지형이 배 모양을 하고 있다고 전해지는데, 이 나무는 돛대 역할을 하며 마을을 지켜주는 존재로 여겨져 왔다.
함양 운곡리 은행나무는 문화재청으로부터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보호되고 있다. 단순히 오래된 나무라는 점을 넘어, 역사성·향토성·문화성을 두루 갖춘 지역 자산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10월 말부터 11월 초 사이에는 나뭇잎이 선명한 황금빛으로 바뀌며 절정의 가을 풍경을 연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는 단풍이 본격적으로 들기 전이므로 다음 달 초에 맞춰 방문 일정을 잡는 것이 적절하다.

운곡리 은행나무는 따로 입장료나 운영시간제한이 없으며 연중무휴로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다.
군중이 몰리지 않는 조용한 시기에 천연기념물 앞에서 깊어가는 가을을 느껴보는 건 어떨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