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1월 추천 여행지
가을철 걷기 좋은 역사 유적지
교통망 확충으로 접근성 개선

초광역 시외버스를 타고 도착한 낯선 도시에서 고대의 연못을 마주하게 될 줄은 예상하기 어렵다. 공항과 철도를 중심으로 연결된 고속 교통망 끝에는 백제 무왕 대에 조성된 인공 수공간이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단풍이 내려앉기 시작한 지금, 관광객 발길은 상업지구 대신 고대 정원으로 향하고 있다. 청주국제공항에서 직통으로 연결되는 교통수단이 새롭게 개통되면서 이동에 따른 장벽은 현저히 낮아졌다.
백제 설화와 고고학이 교차하는 궁남지는 계절 변화가 만들어내는 색감과 함께 고대 조경기술의 흔적을 따라 걸을 수 있는 유적이다.
단순한 수변 공간이 아니라 신선 사상과 역사적 기능이 녹아든 곳이라는 점에서 일반 관광지와는 결이 다르다. 기단식 정자도 없고, 화려한 복원 건축도 보이지 않지만, 백제인의 사유는 이 연못에 분명히 남아 있다.

교통 인프라가 갖춰진 지금, 이 고요한 유적을 들여다보는 일은 더욱 쉬워졌다. 초광역 시외버스를 타고 도착한 궁남지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자.
궁남지
“부여·공주 관광 연계 교통망 개통 후 떠오르는 산책명소”

충청남도 부여군 부여읍 궁남로 52에 위치한 ‘궁남지’는 백제 무왕 시기 조성된 인공 연못으로, 삼국사기에 기록된 ‘왕궁 남쪽의 연못’이라는 뜻을 그대로 이름으로 사용하고 있다.
삼국유사에는 무왕의 출생과 관련된 설화도 전해진다. 무왕의 어머니가 이 연못에 살던 용과 인연을 맺었다는 내용은 궁남지가 단순한 조경 공간을 넘어 종교적 상징성까지 지녔다는 점을 시사한다.
실제로 연못 중앙에 조성된 섬은 당시 유행하던 신선 사상을 반영한 구조다. 섬은 현실 세계와 단절된 이상향을 표현하는 공간으로 해석되며, 이는 단순 장식이 아닌 철학적 조형물로 평가받고 있다.
이 연못은 고고학적으로도 주목된다. 주변 발굴을 통해 주춧돌과 우물터가 확인된 바 있으며, 이는 궁남지가 단순한 경관용 시설이 아니라 실제 기능을 갖춘 정원이었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

백제 시기의 조경 기술은 동시대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도 수준이 높았으며 일본에도 영향을 준 사례로 이어진다.
‘노자공’이라 불린 백제 장인이 일본으로 건너가 정원 조성 기술을 전한 기록은 양국 간 문화 교류의 중요한 사례로 평가된다.
이러한 역사적 가치에도 불구하고 궁남지는 상업시설보다는 자연과 유적 보존을 우선한 관리 체계로 운영되고 있다. 연못 주변에는 다양한 식생이 자생하고 있으며 계절마다 경관이 뚜렷하게 변화한다.
가을철 붉은 단풍과 물빛이 교차하는 시기에는 반복 방문에도 관람 만족도가 높다. 도보 관람을 기본으로 하지만 자전거 진입도 허용되고 있으며 차량 접근 시 주차 공간도 충분히 확보돼 있다.

이곳은 부여군이 추진한 ‘초광역 관광교통 혁신 지구 사업’의 일환으로 교통 접근성이 크게 개선된 상태다.
부여와 공주, 청주가 공동 추진한 이 사업을 통해 현재 부여시외버스터미널과 공주시외버스터미널, 오송역, 청주공항을 연결하는 직통 시외버스가 지난 27일부터 하루 왕복 4회 운행을 시작했다.
그동안 청주공항 접근 시 필연적으로 겪어야 했던 환승의 번거로움이 해소되며 관광객 유입 확대도 기대되고 있다. 시외버스 예매는 부여시외버스터미널 내 무인 키오스크를 통해 가능하다.
궁남지는 연중무휴로 상시 개방되며 입장료는 없다. 주차 역시 무료로 제공된다. 전체 관람 동선은 평탄하게 조성돼 있어 별도의 장비나 복장이 없어도 일반적인 운동화 착용만으로 충분히 둘러볼 수 있다.

고대 정원 유적과 현대 교통망이 연결된 지금, 궁남지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