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망할 때마다 이 나무가 이상해졌다더라”… 천년 수령 은행나무 무료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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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1월 추천 여행지
출처 : 한국관광공사, 촬영자 황성훈 (부여 주암리 은행나무)

천 년 동안 땅을 지키는 생명은 어떤 계절을 기억할까. 노랗게 물드는 가을이 오면, 단풍보다 강렬한 존재감으로 시선을 끄는 것이 있다. 바로 은행나무다.

하지만 이번에 소개할 이 나무는 단지 오래됐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조선도 아니고, 고려 이전 백제 때 심어졌다는 전설을 간직한 천연기념물.

그 뿌리는 삼국의 흥망을 모두 목격했고, 마을 사람들은 재난의 징조를 이 나무를 통해 알았다고 믿었다.

그저 풍경을 위한 식물이 아니라, 지역의 신앙과 기록이 깃든 존재다. 지금은 황금빛이 오기 직전, 관람객 없이 고요한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단 1~2주 후면 나무 전체가 금빛으로 물든다.

출처 : 한국관광공사, 촬영자 황성훈 (부여 주암리 은행나무)

조용히 깊은 가을을 보고 싶다면, 이 오래된 생명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자.

부여 주암리 은행나무

“칡넝쿨이 휘감았다는 기록, 전염병도 피한 마을 전설 남아”

출처 : 한국관광공사, 촬영자 황성훈 (부여 주암리 은행나무)

충청남도 부여군 내산면 주암리 148-1번지 일대에 위치한 ‘부여 주암리 은행나무’는 추정 수령 약 1,000년의 천연기념물이다. 백제 성왕 16년인 538년, 사비로 도읍을 옮기던 시기에 좌평 맹씨가 직접 심은 것으로 전해진다.

나무의 높이는 23미터, 가슴높이 둘레는 8.62미터에 달한다. 마을 뒤편에 자리 잡은 이 은행나무는 단순한 경관 수목이 아니라 백제 멸망과 신라, 고려의 쇠퇴기에 모두 ‘재난의 징조’를 보였다는 민속 신앙의 대상이었다.

전설에 따르면 나라가 흔들릴 때마다 칡넝쿨이 나무를 감싸며 난리를 예고했다고 전해진다.

이 은행나무와 관련된 이야기는 고려시대까지 이어진다. 당시 숭각사의 주지가 암자 중수를 위해 이 나무의 가지를 베어간 후 급사했다는 기록이 구전되고 있으며, 그 후 사찰까지 폐허가 되었다는 전설도 함께 남아 있다.

출처 : 한국관광공사, 촬영자 황성훈 (부여 주암리 은행나무)

이후 마을 사람들은 이 나무를 신목으로 삼아 보호해 왔다. 실제로 전염병이 돌던 시기에도 이 마을만은 피해를 입지 않았다는 믿음이 생겨났고, 은행나무는 공동체의 수호자로 여겨졌다.

문화재청은 이러한 역사적·생물학적 가치를 인정해 해당 나무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했다. 살아 있는 생물체가 수백 년 이상 보존되어 온 사례 자체가 드물고, 그동안 이어진 민간의 보호 노력도 문화적 의미가 크다.

과거에서 현재까지 이어진 마을과 나무의 공존 사례로서 학술적 가치도 인정받고 있다. 한편, 이 나무는 가을마다 주변 전체를 노란 잎으로 물들이며 단기간 동안 강한 시각적 인상을 남긴다.

지금은 아직 잎이 물들지 않았지만, 예년을 기준으로 보면 10월 말부터 11월 초 사이가 황금빛 절정 시기다.

출처 : 한국관광공사, 촬영자 황성훈 (부여 주암리 은행나무)

부여 주암리 은행나무는 별도 입장료 없이 관람할 수 있으며 주차 또한 자유롭게 가능하다.

상시 개방되어 있어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찾을 수 있지만, 주말보다는 평일 오전에 방문할 경우 보다 고요한 분위기에서 나무의 형태와 색감을 온전히 감상할 수 있다.

상업시설이나 인위적인 조형물이 없는 만큼 자연 그대로의 환경 속에서 나무 한 그루와 마주하는 경험이 가능하다.

1,000년을 버틴 생명과 마주할 수 있는 늦가을, 조용한 금빛 풍경을 만나고 싶다면 이 천연기념물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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